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이영준 LG화학 책임. /사진=LG화학
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이영준 LG화학 책임. /사진=LG화학

LG화학이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사회적기업 땡스카본과 바다 숲을 복구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잘피 서식지 복원 및 연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나무를 심어 바다 숲을 복원하고 사막화를 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 탄소 감축은 물론 생물 다양성 보전, 수질 개선, 어촌 상생 등에 이바지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의 잘피 서식지 복원 사업은 단순히 잘피를 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로 영역을 확장했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8일 '세계 해양의 날'을 기념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블루 포레스트'(Blue Forest)를 공식 오픈했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에서 잘피를 심고 바다 숲을 만들면서 해양 생태계 보존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지난 8월 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이영준 CSR팀 책임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회사의 사회공헌을 소개했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한다'는 회사의 비전 아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생태계·경제·에너지 등 네 가지 분야 활동을 중심으로 인류의 삶과 사회에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음은 이 책임과의 대화 전문.

이영준 LG화학 책임. /사진=LG화학
이영준 LG화학 책임. /사진=LG화학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달라
▶홍보팀으로 LG화학에 입사한 뒤 2013년 CSR팀이 출범할 때부터 합류, 2017년부터 7년째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린 커넥터'라는 사회공헌 비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분에서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활동을 추진 중이다.

-중점 추진 중인 사회공헌 사업을 하나만 꼽는다면
▶해양 생태계 보전과 탄소 감축을 위해 바다에 잘피 서식지를 복원하는 '블루 포레스트' 사업이다. 이전에 밤섬 생물 다양성 보전 활동을 전개했는데 LG화학의 지역 사업장이 있는 여수, 대산 등 바다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했다. 구체적으로는 '바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블루 포레스트' 사업을 소개해달라
▶바다 숲은 '갯녹음' 현상으로 매년 여의도 면적의 약 4배인 1200헥타르(ha)가 소실된다. 잘피는 연안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바다 숲 종류의 하나다. 잘피는 바닷물 속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여러해살이풀로 맹그로브, 염생식물과 함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은 식물이다. 블루카본은 육상에 서식하는 녹색식물의 탄소흡수원인 그린카본보다 탄소흡수 속도가 50배 빠르고, 5배 이상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잘피 식재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지난해 여수 대경도 인근 해역에서 1차로 잘피 5만주를 이식했고 오는 10월과 11월에 2만주를 추가로 심을 계획이다. 분기별로 어류, 말미잘, 게, 고둥 등 해양 생태 변화를 조사하며 잘피 군락지가 가져오는 생물 다양성의 회복 정도를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인 이식과 연구가 진행되면 2026년에는 축구장 14개 크기인 10헥타르(ha) 규모까지 군락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잘피 서식지와 바닥 퇴적층을 포함하면 5000톤의 탄소흡수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는 자동차 2800대가 매년 매출하는 탄소량이다.

-'블루 포레스트' 사업이 특별한 이유는
▶잘피를 통한 탄소 감축도 의미 있지만 사업의 목적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바다 숲 조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잘피를 심기 위해선 전문 잠수부가 바닷속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부수적인 해양 정화에 그친다. 메타버스로 세계를 확장해 대중들의 사회공헌에 참여를 확대한 게 특징이다. 아바타가 메타버스 세계에서 다양한 미션과 게임에 참여하면 잘피 군락지가 커지고 다양한 해양 동물들이 나타나 '나만의 바다'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해양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배운다.
기자가 LG화학이 개발한 제페토 '블루 포레스트'에서 활동하는 모습. /영상=최유빈 기자

-사회공헌에 메타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기획에 회사의 반응은
▶기획 초기부터 메타버스를 포함한 게 주효했다. 잘피 사업의 취지를 공감하는 데 메타버스가 핵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잘피 사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입장에서 많은 사람이 바다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이 바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행동에 나서기 위해선 공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네이버 제페토 역시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블루 포레스트 맵 조성을 지원했다.

-메타버스가 의도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는지
▶제페토의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것은 주로 10대 청소년이다. 이 친구들은 결국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이고 이들이 바다와 해양 생태계가 왜 중요한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걸 위해서 블루 포레스트 맵을 구축했고 자연스럽게 잘피를 알릴 수 있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AI) 챗봇을 통해 학생들이 캐릭터와 대화하면서 잘피를 배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블루 포레스트 맵의 누적 방문자는 약 370명을 넘었다.

-CSR 활동은 개인의 참여를 끌어내는 게 핵심인데 관련 노하우가 있다면
▶LG화학 직원들은 사회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이를 해소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이들이 창의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CSR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인데 "LG화학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게 너무 좋았다"는 댓글이 달려 지금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사업화 제약이 없다면 어떤 활동을 추진해보고 싶은지
▶LG화학이 바이오 사업을 하는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임 관련 사회공헌을 해보고 싶다. 저출산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책의 회색지대를 민간기업들이 더 많이 메꿔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데 여기에 LG화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앞으로도 LG화학다운 사회공헌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