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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확산하면서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에도 고용 한파가 불고 있다. 투자 위축과 내수 부진에 글로벌 IT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까지 더해지며 위기감이 커진다. 주요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는 가운데 업계 전반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에 산업 활동의 주요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었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 판매가 두 달 연속 감소하는 등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수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흐름은 하반기로 갈수록 '상고하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둔화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고용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채용 시장의 냉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 지표는 통상 경기 후행 지표로 불리는데 이는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8만3000명에 그쳤는데, 넉 달 만에 다시 10만명 아래로 떨어진 수치다.
상대적으로 고용 한파에서 멀 것이라는 기대를 받던 IT 업계 채용 시장도 축소되고 있다.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6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가 내년 가장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용 분야로 IT/정보통신을 꼽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IT 직군 신규 공고 수는 4608건으로 전년 동기(4885건) 대비 5.7% 감소했다. 원티드랩은 전체 채용 공고 가운데 IT 직군 비중이 80%에 달하는 핵심 인력 연결 플랫폼이다.
'꿈의 직장'으로 불렸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였다. 네이버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2년 599명에서 지난해 231명으로 감소했고, 카카오는 같은 기간 870명에서 452명으로 축소했다. 각각 61%, 48% 준 것이다.
엔씨소프트와 위메이드플레이 같은 주요 IT 기업마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부진으로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축소하고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애니팡'으로 유명한 위메이드플레이는 기존 그룹 단위의 개발 조직을 본부 단위로 재편하고 일부 인력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IT 업계의 고용 한파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IT 기업들의 투자 축소가 채용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며 "고용 시장의 위축이 기술 혁신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IT 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글로벌 IT 업계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전체 인력의 6%에 해당하는 약 1만2000명을 감원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아마존도 1만8000명의 인력을 내보냈으며, 메타도 1만1000명의 직원을 해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