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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2025년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이 모두 마무리돼 후속 조치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의 경영을 지원하는 조직의 역량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재용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정현호 부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 위기 속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재계에 따르면 1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된 삼성전자의 인사·조직개편에서 사업지원 T/F를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이 유임됐다. 인적 쇄신 차원에서 정 부회장이 물러날 것이란 관측과는 달리 그룹 내 위상이 건재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비롯된 위기에 빠져있다. 근원적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판세를 읽지 못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응에 한 발 늦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 약화가 사업지원 T/F의 단기적인 성과 창출과 비용 절감 압박에서 비롯된 것이란 비판이 나오면서 정 부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정 부회장 체제는 더욱 공고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정 부회장 체제를 견고하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사장은 삼성 그룹 비서실 재무팀, 미래전략실 등을 거쳤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사장의 합류로 사업지원T/F의 그룹내 위상과 존재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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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CFO에는 박순철 부사장이 내정됐다. 박 부사장은 정 부회장와 같은 연세대 출신으로 미전실, 사업지원 T/F 등 요직을 거치며 정 부회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신설된 경영진단실로 자리를 옮긴 것도 눈에 띈다. 최 사장은 정 부회장과 덕수상고 동문으로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미전실, 사업지원T/F, CFO 등을 두루 지낸 최 사장이 계열사 경영 진단과 컨설팅 및 감사 등 과거 미전실의 경영진단팀이 수행했던 역할을 맡게 됨에 따라 기획·전략 기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정 부회장에게 힘을 더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번 인사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옛 미전실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대거 배치됐고 사실상 그룹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의 기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10월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삼성이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 재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근본적인 쇄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위기설의 진원지인 DS부문을 빼면 사실상 새로운 인물 없이 올드맨의 중용과 안정적인 체제를 강화하는 데 그쳐서다. 삼성전자의 인사 발표 이후 주가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한 배경에는 반도체 시장 상황 불확실성 가중 외에도 이번 인사에 대한 실망감도 일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항소심 판결이 내년 2월로 예정된 데다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점 등을 고려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