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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금융위기 수준인 1450원선으로 올라섰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 스와프(FX Swap) 거래 한도를 늘리는 등 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으나 고환율 공포가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8분 원/달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 종가(1451.9원)보다 1.7원 내린 1450.2원에 거래됐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1.9원 내린 1450.0원에 거래에 나섰다. 장중 최고가는 1451.2원이다.
전날 원/달러는 직전 거래일 오후 종가(1435.5원)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 기준으로 환율 1450원 돌파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월16일(1488.0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야간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46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엔 1430원대 후반에서 움직였다. 계속해서 1440원을 위협했지만 2022년 10월25일 레고사태 때 기록한 고점(1444.2원)을 넘지 않았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매파적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지고 올해 고점으로 전망한 1450원대로 올라섰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으나 만장일치가 아니었고 최근 견조한 경제 상황, 다소 주춤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등을 반영해 내년 정책금리 전망을 시장 예상(3회 인하)보다 축소(2회 인하)했다. 시장에선 연준의 결정을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결과가 상당히 매파적으로 해석된다"며 "달러가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내놓고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이달 말 만료되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를 내년말까지 연장하면서 한도를 종전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 기관이 외환 스와프를 맺으면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을 사는 등 달러를 매수해야 할 때 시장 대신 한은을 통해 달러를 조달한다.
또한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 상향하는 기간을 내년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상향 조정하면 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임환열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물량이 유입되면서 상단을 막아주고 있는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강달러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440원 후반대의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