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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 7위 포스코이앤씨가 전중선 대표이사 사장의 취임 10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최고경영자(CEO) 교체 사태를 맞았다. 포스코그룹은 연말 정기 인사를 통해 각 사업회사의 CEO들을 대거 새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출신 재무통으로 포스코이앤씨 구조 혁신을 꾀했던 전중선 사장의 후임에는 정희민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이 내부 승진했다.
24일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새 CEO에 오른 정 신임 사장은 재무 전문가인 전 사장과 달리 건축사업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로 통한다.
포스코그룹은 올 초 인사에서 장기 연임한 한성희 전 사장의 퇴진을 결정하고 전 사장을 선임했다. 전 사장은 포스코 원료구매실장·경영전략실장, 포스코강판(포스코스틸리온)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글로벌인프라부문장·대표이사 부사장과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건설 관련 경험은 없지만 재무 전문가인 전 사장이 포스코이앤씨 수장에 오른 배경을 두고 수년간 누적된 건설원가 상승 등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포스코이앤씨는 한 전 사장이 재임한 2020~2024년 영업이익이 대체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2022년 이후부터 원가율 상승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매출 10조660억원, 영업이익 2010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전년 대비 7.7% 오른 반면 영업이익은 35.0% 급감했다.
지방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를 꾸준히 확대해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2위(4조5988억원)를 기록했음에도 공사비 급등 여파에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전 사장이 포스코이앤씨를 이끈 이후에도 실적 회복은 요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와 올해 3분기(1~9월) 매출은 각각 7조3927억원, 7조2181억원으로 2.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77억원에서 1247억원으로 25.6% 급감했다.
주택사업 경험이 있는 정 신임 사장에게 포스코이앤씨 지휘봉을 맡긴 것은 이러한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보인다. 전 사장은 올 2월 선임돼 3월 취임하며 취임 9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건설불황 타개를 위한 조직·인적 쇄신과 동시에 정 신임 사장의 강점인 건축 분야 수익성을 높여 실적 반등의 임무를 완수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실력이 검증된 우수한 인재를 경영진에 배치하기 위한 그룹의 인사 조치로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이앤씨 외에 철강 계열 포스코와 이차전지 포스코퓨처엠, 로봇·AI(인공지능) 등 미래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DX도 CEO를 교체했다. 임원 승진 규모는 지난해보다 33% 줄여 전체 임원 수를 15% 축소했다. 이들은 각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임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