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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분기 창사 이후 첫 흑자를 기록한 SK온이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면서 후방 산업인 배터리 업계도 타격을 입었다. SK온의 지난해 연간 적자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4분기 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적자전환한 것이다.
SK온은 일회성 이익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 10월 분사 이후 11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3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고객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등 일회성 요인 2115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배터리 산업은 전방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했다. 수요 감소로 지난해 하반기 SK온의 공장 가동률은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소폭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나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하나증권은 SK온이 지난해 1조1089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유안타증권이 추산한 예상 적자는 1조391억원이다.
전방 산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실적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적자 폭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바닥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온은 지난해 포드와 현대자동차 합작 공장(JV) 투자 집행을 대부분 마쳤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시설투자는 7조8500억원에 달해 올해부터 시설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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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은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SK온은 일본 닛산의 미국 자동차 생산공장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며 계약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배터리 생산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현대차 합작공장, 포드와 합작사(블루오벌SK) 켄터키1공장과 테네시1공장이 가동된다. 공장 운영으로 출하량이 늘고 AMPC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시장은 헝가리 공장 가동률 개선과 탄소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회복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3사 합병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했다. SK온은 그룹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합병을 추진해 왔다. 2023년 기준 13조원 수준이었던 SK온의 매출은 합병 후 62조원으로 증가한다. 5000억원 규모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편입으로 흑자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로 적자 폭을 줄여온 SK온에게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은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비판하며 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