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철강 관세를 예고했다./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철강 관세를 예고했다./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와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이 열리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에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다"며 "알루미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11일 또는 12일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부과도 발표할 방침이다. 상호관세란 다른 국가가 특정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특정국이 이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무역정책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비슷한 관세를 부과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을 이용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상호성을 갖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국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정부 1기 때도 미국은 고관세로 한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고관세를 피해기 위해 자발적으로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의 70% 수준으로 제한키로 했다. 철강재 54개 품목, 268만톤에 대해서만 25%의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이를 넘어가는 물량은 수출하지 않도록 합의했다.


합의 후 대미 수출은 쿼터제 시행 이전 대비 100만톤가량 감소했다. 한국의 대미 철강재 수출은 2016년 350만톤, 2017년 340만톤으로 매년 300만톤을 무난히 넘겨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쿼터 제한으로 2018년 250만톤으로 감소한 뒤 200만톤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대미 철강 수출량은 259만톤에 그쳤다.

2기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의 철강 수출 쿼터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대중 관세 인상 및 수입 제재 등으로 미·중 무역 갈등 기조는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철강사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그동안 무관세로 수출하던 철강재 물량을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은 일개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협회가 힘을 모아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B철강사 관계자는 "현재 268만톤 수출 쿼터 안에서 국내 업체들이 물량 나눈 뒤 수출하고 있다"며 "통상 정책 관련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재 가격 인상 및 물량 축소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