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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가진 윤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권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5.2.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서울=뉴스1) 이기범 권진영 이강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앞서 두 차례 연기했던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을 재상정해 수정 의결했다.
인권위는 10일 오후 '2025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안건을 재적 인원 11명 중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통과시켰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찬성표를 던졌다.
3시간 논의 끝에 "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
이 안건은 이날 오후 4시 32분쯤 상정돼 약 3시간 동안 논의됐다.
이 안건은 김용원 상임위원이 주도한 것으로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윤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할 것 등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이날 김 위원은 계엄 선포 이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또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와 체포 및 구속영장 발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13분 넘게 발언을 이어갔다.
반면 남규선 상임위원은 "권력 기관을 감시하고 잘못한 점을 지적하는 게 사명인 인권위 전원위에서 이런 안건이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유감"이라며 "이 안건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독립성마저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건 표결은 △(국회의장에게) 국무총리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철회를 권고하고, 향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를 남용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 △(헌법재판소장에게) 한덕수 국무총리 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현재 계속 중인 다른 탄핵심판 사건들에 앞서 신속하게 심리하고 결정할 것을 권고 △(헌법재판소장에게)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방어권 보장 및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 조사 실시 등 적법 절차 원칙 준수 권고 등으로 쪼개어 이뤄졌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에 대해 안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원·이충상·한석훈·이한별·강정혜 위원 등 6명은 찬성했고, 남규선·원민경·김용직·소라미 등 4명은 반대했다.
이 외에는 찬성 4명, 반대 6명으로 모두 부결됐다.
헌법재판소장을 대상으로 한 권고 사항 중 △사실인정과 법리적용의 잘못이 없도록 충실하게 심리할 것 △계엄 선포 관련 다수 형사소송 진행을 고려해 심판 절차의 정지를 검토할 것 △훈시 규정인 180일의 심판 기간에 얽매이지 말 것 등의 내용도 부결됐다.
안건 중 일부 내용은 삭제되는 등 수정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안건이 그대로 통과되진 않고 수정 의결됐다"며 "구체적인 수정 내용은 문서를 확인해 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방어권 보장 안건이 의결되자 위원들 간에는 언쟁이 오갔다.
원 위원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이 결정에 대해 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했다.
남 위원도 "인권위 본질을 망각하고, 인권위가 해야 할 사회적 약자 보호는 뒷전이고 최고 권력자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보충 의견 또는 이견을 오는 17일 낮 12시까지 제출해달라며 회의를 마쳤다. 인권위는 이 같은 의견을 결정문에 담은 뒤 이르면 다음 주 중 해당 안건과 관련한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결정문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인권위 '권고'가 아닌 '의견 표명' 또는 '의견 제출' 수준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 의견 표명이나 제출은 대상 기관의 답변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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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차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2.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안건 의결 소식에 尹 지지자들 "할렐루야"
이 같은 안건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인권위 건물 앞에 몰려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주요셉 자유인권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일부 미흡한 내용이 있지만 인권위에서 이런 권고안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이긴 것"이라며 안건 의결 소식을 전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할렐루야"를 외치며 윤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했다. 또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대한민국 만세", "탄핵 무효" 등을 외쳤다.
앞서 윤 대통령 지지자 2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인권위 건물 14층에 집결해 전원위원회 회의실로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이들을 약 15분 만에 해산했지만 이들은 회의 직전까지 1층 로비 등에서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이재명 개XX' '시진핑 개XX' 등을 말해보라며 '사상 검증'을 시도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도 인권위를 방문해 해당 안건을 놓고 각각 "대통령 방어권을 보장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호하는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압박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달 20일 해당 안건을 상정하려던 제2차 임시 전원위원회를 연기했다. 당시 인권위는 서부지법 집단 폭력 사태 직후 충돌과 소요 사태가 우려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같은 달 13일에도 제1차 전원위원회를 통해 해당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인권위 직원들과 시민단체 등이 회의실 앞에서 규탄 시위에 나서면서 회의가 파행됐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는 야당 추천 위원들이 주도한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도 상정됐으나 정족수 미달로 기각됐다. 계엄 직권조사 안건은 지난해 12월 23일 한 차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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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윤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권고할 것을 인권위에 촉구하고 있다. 2025.2.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