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 선수가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마치고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2025.2.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 선수가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마치고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2025.2.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인천공항=뉴스1) 권혁준 기자 = 중국 선수들의 원색적인 비난에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의연했다. 판정도, 시비도 다 경기 일부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재명 감독이 이끄는 쇼트트랙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일정을 모두 마치고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금의환향이었다. 한국은 쇼트트랙 종목에 걸린 9개의 금메달 중 6개를 휩쓸며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냈다.


다만 마지막 날 열린 계주는 남녀 모두 미련이 남았다. 여자 3000m에선 김길리(성남시청)가 넘어졌고, 남자 5000m는 카자흐스탄에 이어 2위로 들어왔지만 실격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남자 대표팀은 대회 내내 중국 선수들과 경기장 안팎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한국과 중국은 매 종목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고 다퉜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중국 선수는 악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기도 했다.


2025년 2월 9일(현지시간)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결승 경기가 끝난 뒤 중국의 선롱이 반응하고 있다. (사진: AFP) ⓒ AFP=뉴스1 ⓒ News1 박은정 기자
2025년 2월 9일(현지시간)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결승 경기가 끝난 뒤 중국의 선롱이 반응하고 있다. (사진: AFP) ⓒ AFP=뉴스1 ⓒ News1 박은정 기자

9일 중국 '시나스포츠'에 따르면 중국의 쑨룽은 5000m 계주 결승을 마친 뒤 "더러워! 그냥 더러워!"라고 소리를 질렀다. 쑨룽은 "나는 그(박지원)를 때리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대체 왜 내 반칙인가. 공정한 판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쇼트트랙의 재미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쑨룽이 분노한 판정은 남자 1000m 결승으로 해석된다. 당시 쑨룽은 경기 막판 박지원(서울시청)과 몸싸움을 벌이다 뒤로 밀렸고, 마지막 코너를 앞두고 홀로 넘어졌다. 해당 경기 심판진은 박지원과 쑨룽의 충돌을 '공동 책임'으로 보고 누구에게도 실격을 주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박지원은 5000m 계주에서도 중국 린샤오쥔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둘 다 속도가 죽어 결국 카자흐스탄에 금메달을 내줬는데, 당시 심판은 최종 박지원의 반칙을 선언했다. 한국이 실격 당한 배경이다.

남자 1000m에서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있던 쑨룽은, 5000m 계주에서도 한국과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중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자 울분을 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쑨룽의 비난에 우리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박지원은 "심판 판정도 경기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면서 "조건은 같다. 모든 것을 다 감안한 상황에서 얼마나 완벽한 경기를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충돌이 있었는데, 내가 원한 부딪침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앞으로 충돌 없이 경기할 수 있도록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장성우 선수가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마치고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2025.2.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장성우 선수가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마치고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2025.2.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후배 장성우(화성시청)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장성우는 "내가 볼 때는 (5000m 계주에서) 박지원 선수가 멋있게 추월했다고 생각했는데 심판 판정은 다르게 나왔다"면서 "결과를 승복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격 판정에 대해) 아쉽고 속상한 마음은 있다"고 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쑨룽은 또 다른 '반칙 의혹'을 받은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남자 500m 결선에서 박지원이 린샤오쥔을 추월한 직후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힘껏 밀었다. 개인전임에도 계주 경기와 같은 '추진력'을 받은 린샤오쥔은 곧장 경기를 뒤집었고 결국 금메달을 차지했다.

개인전에서 선수 간의 이런 행위는 당연히 반칙으로 규정돼 있지만, 경기 후 심판진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500m에서 린샤오쥔, 박지원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한 장성우는 "경기 중에는 그 장면을 볼 수 없었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면서 "흔치 않은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얼떨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경기 중에 일어난 해프닝이기에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