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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건설 현장에서 연이은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그간 IPO(기업공개)를 염두에 둔 실적 강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업체로서의 본분보다 승계 등 현대자동차그룹 오너일가의 사익 추구를 우선시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된 현대엠코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엠코는 과거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로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 합병됐다. 이를 두고 당시 박근혜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비상장사였던 현대엠코는 정의선 회장 지분이 25.06%,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이 10%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면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16.4%로 낮아졌다. 규제 대상에서 벗어남은 물론 지분 축소에 따른 증여세 절감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 건설사들이 정 회장의 사돈 기업인 삼표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2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 파주와 충남 당진 등 건설 현장에서 필요한 레미콘 물량 중 절반을 삼표에 할당했다. 삼표 계열사 네비엔은 현대제철에서 고수익 철광석 정제 부산물인 슬래그를 독점 공급받다시피 했다.
양측의 관계는 부동산 사업에서도 지속됐다. 현대제철은 인천제철 시절인 2000년, 삼표그룹의 모태 강원산업을 인수·합병했다. 삼표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중랑구 상봉동 연탄공장 부지와 성동구 성수동 공장 부지를 넘겨받았다.
부지 면적이 2만200여㎡인 상봉동 토지는 2005년 현대엠코에 406억7000만원에 매각됐다. 당시 장부가액은 383억6300만원으로 향후 개발 이익 가능성을 고려할 때 헐값 매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현대엠코는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상봉프레미어스엠코를 지었고 수천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아파트 개발 수익을 바탕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속 배당을 실시했는데 현대엠코 최대 주주였던 정 회장은 이 기간 총 476억2113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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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공장 부지도 삼표산업에 매각됐다. 성수대교와 강변북로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숲과 붙어 있어 강북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곳이다. 최근 사업 계획 승인에 따라 연면적 44만7913㎡ 규모의 업무, 숙박, 문화·집회, 판매 등을 포함한 지상 77층 규모의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사업의 시공사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유력하다고 본다. 잇따른 인명사고 발생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 경험이 부족한 재무 전문가 출신 주우정 대표의 선임을 두고도 무리한 인사였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정 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포석 여겨지는 만큼 본업인 건설 사업의 경쟁력 강화보다 사적인 목표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성수동 부지 시공사 선정 관련한 심의는 아직 올라온 게 없다"며 "정확히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건설 현장 작업중단과 관련해서는 "언제 해제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안전 대책을 마련한 후에 각 현장의 상황을 보고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표그룹은 정 회장의 처가로 현재 장남 정대현 부회장의 경영 승계가 진행 중이다. 부당지원·편법승계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과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삼표그룹은 공정위 처분에 반발해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