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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16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 범인인 정성현이 검거됐다.
정성현은 두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비극적이게도 사건은 2007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에 발생했다. 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저녁쯤 경기 안양시 주택가 골목에서 당시 각각 10세, 8세이던 두 여자 아이에게 한 남성이 말을 걸었다. 정성현이었다.
당시 술과 본드에 취해 있었던 정성현은 '아픈 강아지를 보여주겠다'며 아이들을 자기 집으로 유인했으나 애초에 강아지는 없었다. 두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자 정성현은 폭행과 성폭행을 이어갔다. 그러다 문득 '들키면 어쩌나' 걱정됐던 정성현은 아이들의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근처 철물점에서 흉기를 구매했고 시신을 훼손해 인근 야산과 하천에 암매장했다. 정성현은 범행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선배가 운영하는 회사를 찾아가 컴퓨터를 고쳐주는 등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실종 77일 만에 토막 난 시신 발견… 체포된 정성현 "교통사고 낸 것, 살해 아냐"
경찰은 아이들 가족의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했으나 목격자와 제보가 전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던 중 같은 해 3월11일 오후 4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서 동원훈련 중이던 예비군에 의해 암매장된 여아의 토막시신이 발견됐다. 실종 77일 만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DNA 검사 결과 시신은 실종된 아이 중 한 명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시신은 10개 부위로 토막 나 30㎝ 깊이로 암매장되어 있었다.이어 경찰은 정성현이 반납한 렌터카 트렁크에서 혈흔을 발견했고 정성현을 주요 용의선상에 올렸다. 결국 정성현은 범행 82일 만인 3월16일 충남 보령 소재 어머니 자택에서 검거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DNA 증거가 나왔다고 하자 "두 아이를 교통사고로 숨지게 한 후 당황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정성현은 끝내 자백했다.
다른 아이의 시신은 경기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에서 발견됐다. 하천 곳곳에 시신이 흩어진 탓에 온전하게 회수조차 못 했다. 정성현의 집 컴퓨터에서는 음란물 1400여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형사님도 포르노 보면 더 자극적인 걸 원하잖아요"라고 발언하는 뻔뻔함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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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 드러난 추가 범행… 2004년 군포 부녀자 살해 범인도 정성현
수사 과정에서 정성현의 살인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그는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2004년 경기 군포시 부녀자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다. 정성현은 전화방 종업원 A씨와 성매매 후 금액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A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정성현은 사체를 훼손해 암매장했다.정성현이 안양 초등생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뒤늦게 사실이 밝혀졌으나 경찰은 살인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해당 사건을 상해치사 건으로 처리했다.
두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성현은 2009년 2월26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당시 범행의 잔혹성이 알려지며 정성현에 대한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나 정부는 사형 집행에 대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실제 집행은 되지 않았다.
"살인마라고 하지 마"… 교도소에서 기자 고소하는 '뻔뻔함'
정성현은 교도소에서도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복역 중이던 2012년 "수사 과정에서 협박당해 누명을 썼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한 기자가 자신을 '살인마'로 지칭한 것을 두고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고소장을 냈다. 물론 모두 패소 및 각하됐다.2022년에는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려 하자 정성현은 편지 9통을 보내왔다. 그는 "내가 죽이는 걸 본 사람있나. 유괴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죽이나"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성현은 사실상 가석방 없는 무기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정성현의 잔혹한 범행으로 두 가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크리스마스 날 막내딸을 잃은 아이 아버지는 사건 이후 10년간 근무한 직장을 그만뒀다. 술에 의존하던 그는 결국 2014년 심장마비로 딸의 곁에 갔다. 다른 아이의 가족은 장례를 마친 후 친한 이웃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이사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