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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탄수화물 함유량이 많네요?"
최근 글루텐 프리 제품을 구매한 한 여성은 식품성분표를 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밝힌 40대 여성 A씨는 글루텐 프리 제품으로 다이어트 식단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성분표를 확인한 후 예상보다 탄수화물 함유량이 많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가 유행하면서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려는 이들이 글루텐 프리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글루텐 프리는 밀가루에 함유된 성분인 글루텐이 없을 뿐 탄수화물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울러 건강식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당 함유량이 적지 않은 글루텐 프리 제품도 상당하다. 글루텐 프리 제품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점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알아봤다.
글루텐 프리 제품, 무조건 건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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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 프리 제품이 최근 식품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루텐 프리는 쿠키, 만두, 빵 등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된다. 밀가루에는 반죽을 쫄깃하게 하고 빵을 부풀리는 성분인 글루텐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글루텐 성분은 밀가루 알레르기 환자이거나 글루텐 소화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글루텐 성분을 뺀 제품이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 즉 글루텐 프리 제품은 글루텐 알레르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일 뿐 다이어트나 '저탄고지' 식단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글루텐 프리 제품에 대해 밀가루에서 주요 성분이 빠졌으니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글루텐 프리 제품은 식이요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루텐 성분이 빠졌을 뿐 탄수화물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글루텐 프리 쿠키(80g) 1개엔 탄수화물 39g이 들어가 있다. 일반 쿠키(84g) 1개엔 탄수화물이 43g이 포함돼 있다. 글루텐 프리와 일반 쿠키 제품의 탄수화물 함유량에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최남순 배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글루텐 프리는 말 그대로 글루텐 성분이 빠진 것일 뿐 탄수화물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밀가루 대신 쌀가루, 견과류 가루 등을 쓰기 때문에 일반 제품과 탄수화물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루텐 프리 제품은 사실 밀가루 알레르기 등 밀가루를 섭취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나온 것"이라며 "당, 지방과 같은 재료의 사용 비율은 기존 밀가루 제품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 '저탄고지' 식단에 적합하진 않다"고 전했다.
글루텐 프리, 먹기 전 확인해야 할 점은?
글루텐이 포함되지 않아도 당, 지방 등 성분은 기존 밀가루 제품과 별 차이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글루텐 프리 제품도 성분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최 교수는 글루텐 프리 제품 섭취 전 주의할 점에 대해 "글루텐 프리 제품이라 해도 당 함량, 칼로리 등이 낮지 않을 수 있다"며 "사용한 원료 등에 대한 식품표시 사항과 영양성분의 표시 사항을 잘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올바른 탄수화물 섭취에 대해선 "하루에 성인이 2000칼로리를 섭취한다고 할 때 열량 중 55~65%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적정 범위"라고 밝혔다. 이어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덜 도정되고 정제된 통곡물 형태인 현미, 통밀, 식이섬유를 함유한 보리 등 잡곡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단순당 형태의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건강한 탄수화물 섭취"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저탄고지'에 대해선 "우리 몸에 탄수화물이 지속적으로 부족하면 과도한 케톤체가 생성돼 체내 케톤체가 증가한다"며 "이로 인한 부작용과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섭취로 인한 심혈관계질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적정 탄수화물을 섭취하되 첨가당 섭취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