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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쟁사 주식을 매도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구매했는데 주가는 계속 빠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HBM3E가 엔비디아에 공급된다는 소식에 주식을 매입했다는 주주 A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답함과 실망감을 동시에 쏟아내자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은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는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주들은 부진한 실적과 주가 탓에 불만 섞인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주요 경영진들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이날 주주들의 질문은 '반도체'를 향했다. 지난해 엔비디아에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영업이익 1위를 내준 게 주주들의 화를 키웠다.
주주 A씨는 경영진에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수율을 어느 정도 맞췄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초기대응이 늦었고 이로 인해 주력인 메모리 제품의 수익성 개선이 늦었다"면서도 "차세대 HBM에서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 중이고 다시는 이런 실망을 안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파운드리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제품을 양산하는 건 저희가 유일하기 때문에 선단공정 경쟁력이 그렇게 없는 건 아니다"라며 "수율을 빨리 올려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 계획이 있냐는 주주 B씨의 질문에 한 부회장은 올해 유의미한 M&A 성과를 보이겠다고 답했다.
한 부회장은 "미래 성장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지속적 M&A를 추진했지만 대형 M&A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반도체 분야는 주요 국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이슈도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겠다.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근로시간 특례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전 부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 속 제품의 경쟁력 확보가 요구되는 만큼 개발 난도가 높아지고 신제품 개발 기간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개발 인력 집중근무는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더 하고 싶어도 52시간 규제로 인해 개발 일정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정부에서 근로시간 유연성 확보를 위한 근로 지침을 유연하게 개편한 것으로 안다"며 "우선 긴급한 개발 업무는 특별연장근로제 활용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할 것이지만 가장 우선 조건은 임직원의 건강권"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직원에 '삼성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미래전략실 부활 가능성도 커졌지만 이날 주총에서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