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월세, 서울만 상승?… 경기권 학생들도 이미 허리 휘어

대학가 월세 상승이 서울 뿐 아니라 경기권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한 경기도권 대학 자취촌 풍경. /사진=최성원 기자

"현재 창고를 리모델링한 집에서 살고 있어요. 현관문을 열면 원룸 주차장이 나오는데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지만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거주할 수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경기 안산 소재 대학교에 재학중인 권모씨(25)는 보증금 300만원, 월세 41만원인 원룸에 살고 있다. 창고를 리모델링한 방인 만큼 주변 평균 시세보다 월세가 저렴한 편이다. 정확한 평균치 통계는 없지만 주변 시세는 대략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신축이면 보증금은 1000만원으로, 월세는 최대 70만원대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권씨의 본가는 경북 칠곡군이다. 때문에 학교 기숙사 혹은 자취방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기숙사는 쉽게 들어갈 수 없다. 해당 대학교 기숙사는 1학년 학생들 위주다. 2학년 이상의 경우 성적이 중요하다. 이들이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평균 학점 3.8 이상은 필수다. 높은 기준에 결국 권씨는 결국 기숙사를 나와야 했고 학교 앞 치킨집에서 새벽까지 일하며 월세와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소재 대학교에 재학중인 황모씨(24)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3만원인 원룸에서 거주중이다. 보증금을 높게 잡아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해졌다. 황씨는 "주변 평균 시세가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보증금을 높게 잡은 걸 감안해도 내가 지금 거주하는 집은 엄청 싼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원 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정모씨(26)는 현재 대학교 주변에서 전세 1억2000만원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다. 정씨는 "LH 전세대출을 통해 전셋집을 구했다"며 "대출 이자와 관리비만 내서 상대적으로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모님의 용돈으로 생활비까지 감당하긴 힘들기에 취업준비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권의 경우 서울 소재 대학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세는 다소 저렴하다. 하지만 자취생들에게는 이 역시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특히 서울과 비교해 주변 인프라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점을 감안하면 경기권 대학가 거주자들은 월세나 전셋값이 너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월세 평균은 60만9000원이다. 반면 경기도권 대학 인근은 평균 50만원대로 서울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기도권 대학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사진=최성원 기자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기도권 대학 인근 월세 상승폭이 가파르다는 점도 문제다.

경기권 한 공인중개사는 "코로나19가 끝난 2022년부터 학교에 중국인 유학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유학생들 유입 이전엔 비어있는 방이 많았지만 이들이 유입되면서 수요가 공급을 추월했고 집주인들이 이를 이용해 평균 5~10만원 정도 월세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기권 공인중개사는 "전세 사기가 늘어나며 학생들이 전세를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로 운영하던 집주인들이 대부분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가 전반적으로 3~5만원 정도 올랐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경기권 한 대학교 관계자는 "캠퍼스 주변 월세 상승에 대해 학교 측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며 "외국인 유학생의 지속적 증가로 학생생활관 입사 경쟁률이 상승하고 여기서 탈락한 학생들이 캠퍼스 주변으로 몰리며 월세가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 측에서도 생활관 확충 계획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아직 정확한 집행 시기를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기숙사 확충은 단시간에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다. 여기에 최근 한양대, 인하대 등 여러 대학들의 기숙사 확충 과정에서 나타나듯 인근 임대업자들의 반대도 거세 이에 대한 조정도 거쳐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