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은 지난 25일 정례회의에서 오는 27일 예정된 방위사업기획 관리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 /사진=HD현대
방사청은 지난 25일 정례회의에서 오는 27일 예정된 방위사업기획 관리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 /사진=HD현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방식 결정이 재차 미뤄지면서 해군 전력화 지연 우려가 커졌다. 사업이 1년가량 지체된 상황에서 KDDX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방위사업청이 보다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지난 2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KDDX 사업 방식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27일 열려고 했던 방위사업관리·기획분과위원회(분과위)를 취소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함정 업계간 상생협력 방안을 추가로 보완해 논의한 후에 분과위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지난 17일 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방식과 관련해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3가지 사업 방식을 놓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초 KDDX 사업 방식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던 27일 분과위가 취소되면서 다음달 2일 계획됐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도 연기될 전망이다.

조 대변인은 "조속한 시일 내에 두 함정 업체와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에 분과위에 이어 방추위에 상정해 (사업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설계 협력, 공동개발 방안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들을 논의해왔고 앞으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두 업체의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로 추진하거나 대승적 차원에서 공동개발 방안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산업계 안팎에선 방사청이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면상으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과 이견을 보이는 분과위 민간위원들 때문에 사업이 지연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책임을 피하려는 방사청의 우유부단함이 지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분과위 연기가 두 업체의 과열 경쟁으로 또다시 미뤄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방사청이 여전히 수의계약을 고집하며 상생방안 등 분과위 민간위원들이 지적한 것에 대해선 해결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관행에 기대 편의적인 행정처리를 고집하는 방사청의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방사청은 민간위원들을 상대로 한 사전설명회에서 기존 안을 크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면서 분과위원들의 반발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분과위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 직원의 군사기밀 탈취 범죄에도 KDDX 사업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법리 검토', 'KDDX 사업에서 두 업체가 상생협력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려한 안건을 다시 내놓기로 하면서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민간위원들이 수의계약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방사청은 수의계약 추진 의지를 계속 보인 것으로 안다"며 "법리검토와 상생협력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분과위원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모양새를 보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KDDX 적기 전력화라는 당면과제 속에 사업을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방사청이 업체와 상충된 의견을 잘 조율해 해군의 핵심 전력이 적기에 확보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