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봉석 LG 부회장이 과거 TV 시장에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맞수'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권 부회장은 26일 오후 3시39분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한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20여분간 머물며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권 부회장은 과거 LG전자에서 TV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인 HE사업본부장(당시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이끌던 한종희 부회장(당시 사장)과 각각 자사 TV의 우수성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다툼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자존심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2019년에는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롤러블 TV를 공개하자 당시 한종희 사장은 "돌돌 마는 TV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LG 롤러블 TV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에 권 사장은 "롤러블 TV는 디스플레이가 진화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응수했다.
같은 해 TV 화질을 놓고도 양사가 맞붙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QLED TV를, LG전자는 OLED TV를 각각 차세대 TV로 내세워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었다.
한 사장이 글로벌 TV 시장 판매 1위를 근거로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QLED TV 총 판매량이 경쟁사 OLED TV 판매량을 역전했다"고 언급하자 권 사장은 판매금액 기준으로는 OLED TV가 QLED TV에 앞섰다며 "삼성의 QLED TV는 LCD 기술 기반이라 블랙 색상 표현 등에서 OLED TV와는 구조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기술력을 지적했다.
이후 상호 비방전을 불사할 정도로 양사의 갈등은 깊어졌다. 결국 그해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는 퀀텀닷 필름을 붙인 LCD TV인데 전기신호로 퀀텀닷 물질을 자체 발광하게 만드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의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를 오인케 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 표시광고'로 신고했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서 LG전자가 광고 등으로 자사의 QLED TV와 8K 기술에 대해 지적한 것이 표시광고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맞신고했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양사의 다툼은 이듬해 서로 신고를 취하하면서 '화해'로 마무리됐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호 간 네거티브 마케팅은 지양하고 품질에 집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로 약속했다.
권 부회장은 갑작스러운 한 부회장의 별세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오던 권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고인께서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자산업 발전에 정말 헌신적으로 기여하신 분"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