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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이 계열사 명의로 공공택지 낙찰 확률을 높여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이른바 '벌떼 입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부과한 608억원의 과징금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결과 일부 취소 판결을 받았다. 과징금 처분은 공정위가 명령한 608억원에서 243억원가량으로 감액됐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구회근·김경애·최다은 부장판사)는 27일 호반건설이 2023년 9월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호반건설 외 8개 계열사에 부과한 과징금 중 243억41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취소를 결정했다. 앞서 공정위가 부과한 608억원에서 약 364억6100만원 줄어든 수준이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지적한 4개 위법 사항 중 ▲공공택지 전매 행위 ▲입찰신청금 무상대여 행위 등 2건에 대해 원고 청구를 받아들여 과징금 부과를 취소했다. 호반그룹 측은 판결문을 검토 후에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2세 회사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2조6393억원 무상 지급보증 행위와 936억원 규모 건설공사 이관 등 사업 기회 제공 등에 대해서는 원고 청구를 기각, 부과 결정을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소송 비용은 주문 금액에 맞춰 원고·피고 간 비율대로 분배됐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6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호반건설에 과징금 총 608억원을 부과했다. 관련법상 공정위의 행정명령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부당 내부거래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분양매출 5.8조, 분양이익 1.3조… '합병' 통해 경영권 승계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다수 계열사 명의를 동원해 저가의 공공택지를 낙찰받고 이를 총수 김상열 회장의 장·차남이 운영하는 계열사에 양도했다. 호반건설이 양도한 23개 택지 개발사업을 통해 발생한 분양매출은 5조8575억원, 분양이익은 1조3587억원으로 추정됐다.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당시 호반건설주택 사장)은 호반건설주택의 매출을 키워 아버지 회사인 호반건설과 합병, 호반건설의 지분 54.7%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당시 총자산 13조원의 호반건설 승계가 증여세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조사한 호반의 부당 내부거래 시점은 2013~2015년으로 공소시효 5년이 경과해 검찰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사 사건으로 대방·중흥·우미건설 등도 심판을 대기 중인 상황에서 해당 판결은 건설업계에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는 벌떼입찰을 통해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정위는 대방건설에 과징금 205억원을 부과한 데 이어 대방건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건설업계는 공공택지 입찰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이 심해지며 정부가 적법한 계열사간 양도를 허용했다는 점을 들어 부당 제재를 호소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침체된 시기에 정부가 택지 분양을 위해 적법한 계약으로 용인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 같은 소명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