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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현대차·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에겐 오히려 반사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주목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외에서 생산된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에는 다음달 3일부터, 부품에는 오는 5월3일부터 단계적으로 관세가 적용된다. 다만 이 조치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수입차와 부품에만 적용되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제외된다.
관세 부과 대상은 ▲세단 ▲SUV ▲CUV ▲미니밴 ▲경트럭 등 주요 차종뿐 아니라 ▲엔진 ▲변속기 ▲전기 구성품 등 핵심 부품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미국 수출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에게는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현대차의 미국 현지 생산 판매 비중은 약 40%, 기아는 약 44% 수준이다. 미국 앨라배마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공장(HMGMA)은 연간 약 1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현지 전기차 생산 공장도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HMGMA의 생산 대수를 향후 50만대까지 확대할 경우 관세 부담을 뛰어넘어 영업이익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추산에 따르면 이 경우 관세가 없었을 때보다 영업이익이 약 5000억원 이상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현지 생산 확대가 단순히 관세 회피에 그치지 않고 미국 내 중고차 가격 상승을 유도해 현대차의 금융부문 수익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전동화 공장 가동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빠르게 현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원·엔 환율이 970원대 후반으로 오르면서 일본 자동차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2일 트럼프의 관세 최종 발표를 앞두고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관망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선대응 기업'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며 "현대차·기아의 주가는 다시 경쟁 우위에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 이슈가 이미 일정 부분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는 수개월 전부터 시장에 인식돼 왔고 그 과정에서 국내 자동차주가 이미 15~20% 하락했다"며 "향후 미국과의 협상 결과나 현지 생산 확대 여부에 따라 주가는 충분히 반등할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전동화 전용 공장(HMGMA EV)을 완공하고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미국 시장 내 점유율 확대와 관세 회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