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주가 추이가 주목된다. 사진은 셀트리온 2공장 전경.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주가 추이가 주목된다. 사진은 셀트리온 2공장 전경.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본격화했으나 주가 상승은 지지부진하다. 시장 신뢰 차원에서 현실적인 사업 목표 설정 등의 주문이 잇따른다. 최근 재개된 공매도 역시 셀트리온 주가 하락 우려를 키우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 주식은 전날 16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종가(17만7100원) 대비 4.6% 하락이다.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해 12월30일 18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친 뒤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달 31일 올 들어 처음으로 16만원대에 진입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한 뒤 이날 오후 2시 장중 17만4800원 안팎으로 소폭 반등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셀트리온의 밸류업 정책이 회사 저평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8일 공시를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 평균 주주환원율 40%를 목표로 내세웠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기본으로 하고 자사주 매입 및 비과세 배당 등을 추가로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셀트리온의 밸류업 관련 행보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436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7000억원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지난해 12월 이사회 결정에 따라 5533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추진해 올 1월 완료했고 올해 취득한 자사주 전량(2033억원 규모)을 소각하기로 지난달 14일 결정했다. 이후 밝힌 500억원 규모 자사주 추가 소각 계획까지 합치면 셀트리온은 올해 총 806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업계는 셀트리온의 밸류업 정책에도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건 회사의 과다한 목표 설정과 실적 차이에 있다고 본다. 목표 달성 실패는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그 결과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 회장은 지난해 짐펜트라 매출 목표를 2500억~6000억원으로 세웠는데 실제 매출은 360억원에 그쳤다.

주주들, 목표 달성 실패 성토… 공매도 비중도 높아

사진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셀트리온
사진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주주 A씨는 최근 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짐펜트라 (매출 목표) 6000억원 '뻥카'(속임수 카드) 이슈 등으로 인해 주가가 40만원 하던 게 19만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 B씨는 "목표 달성 실패가 반복되다 보니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에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많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더 주의하겠다"며 "투자자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메시지를 조심해서 정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재개된 공매도도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공매도는 회사 주식을 빌려 파는 개념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이득을 보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비중이 높으면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셀트리온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 중 공매도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달 31일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량(12만6900주)은 전체 거래량(72만8859주)의 17.4%에 달했다. 거래대금으로 따졌을 땐 1246억원 중 217억원이 공매도였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비중은 주요 제약·바이오업종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7.41%), 유한양행(16.4%), GC녹십자(12.8%), 대웅제약(7.8%), 한미약품(6.6%) 등보다 높았다.

셀트리온은 과거에도 공매도로 홍역을 치렀다. 서 회장이 2011년 11월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다. 2013년 4월에는 공매도를 이유로 다국적 제약사에 셀트리온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서 회장은 "공매도 세력 때문에 회사 경영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지분 매각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셀트리온은 2018년 코스피로 이전 상장된 후에도 공매도의 타깃으로 꼽혀 왔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결국 현재 가격보다 실제 가치가 낮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투자 판단"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공매도 수요는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곳으로 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적, 밸류에이션 매력도, 변동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투자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