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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스튜디오가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고배당을 강행하며 모회사 미투온의 '현금 창고' 역할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배당금 상당액이 미투온으로 흘러들어갔고 자사주도 매입만 했을 뿐 소각은 미뤄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 속 주주환원 정책을 빌미로 한 모회사 배 불리기"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스트스튜디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130만달러(154억원), 당기순이익 603만달러(82억원)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 1924만달러(251억원), 1620만달러(211억원) 대비 41.3%, 63% 줄었다.
실적은 악화했지만 배당성향은 72.4%로 2023년 배당성향인 40% 대비 30%p(포인트) 이상 높았다. 현금배당 총액은 455만달러(약 62억원)다. 국내 게임사들에선 보기 드문 고배당이다. 엔씨소프트(9개년 평균 30%)나 컴투스(9개년 평균 48.2%) 등 업계 대표 배당 우호 기업보다도 높은 수치로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투자를 이유로 배당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고스트스튜디오의 공격적인 배당 정책 이면에는 모회사 미투온의 실적 부진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미투온은 2017년 고스트스튜디오의 지분 50.1%를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고 현재는 42.2% 지분을 보유한 고스트스튜디오의 최대주주다. 창업자인 손창욱 대표는 과거 포털업체 '프리챌'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현재 미투온을 소셜 카지노 게임사로 운영하고 있다.
미투온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86억원, 영업손실은 15억원으로 본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고스트스튜디오에서 수령한 배당금이 영업외수익으로 반영되며 당기순이익은 14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실상 고스트스튜디오의 배당금 없이는 경영활동을 전개하기 어려운 구조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미투온의 실적 부담이 고스트스튜디오의 고배당 정책을 압박했을 수 있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고스트스튜디오가 배당을 줄일 경우 미투온의 재무 상태가 타격을 입게 되므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고배당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고스트스튜디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2년 6145만달러에서 2023년 2866만달러, 2024년에는 2212만달러로 줄었다.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도 현금 유출이 지속됐다.
주주환원을 내세운 자사주 매입 역시 형식적이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고스트스튜디오는 지난해 장내에서 55만6808주(약 56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현재 총 57만249주(발행주식의 4.2%)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예고했던 소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1일 소각을 예고했지만 일정은 오는 4월30일로 연기된 상태다.
결과적으로 고스트스튜디오의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외형상 주주환원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대주주인 미투온으로 자금을 이전하는 수단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배당금의 상당액이 미투온으로 유입됐고 매입한 자사주는 소각되지 않은 채 보유만 하고 있어 주가 부양 효과도 제한적이다. "겉으로는 주주환원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모회사의 재무 보전을 위한 현금 확보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시장의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자금 운용도 성장보다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집중됐다. 고스트스튜디오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외부 차입 없이 내부 유보 자금만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신규 사업 및 설비 확대 등이 없어 장기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보다는 자금 배분에 치우쳤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활동 현금흐름 항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단기금융상품 운용이나 종속회사 관련 자금 대여 중심이었다. 고스트스튜디오는 유형자산·무형자산 투자 등에서 실질적 성장동력 확대를 위한 투자활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업종 특성상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무형자산 투자나 R&D 자산화 등 성장 기반 확보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은 약 1만달러 규모의 비품이 전부였으며 무형자산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듯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외형상'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음에도 고스트스튜디오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게임·엔터주 전반이 수혜 기대를 받았던 시점에서도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표방하는 고스트스튜디오 주가는 반등 대신 연일 신저가를 갱신했다. 지난 3월31일 기준 주가는 7110원까지 밀리며 연초(1월2일) 대비 큰 폭(45.3%)으로 하락해 있다.
고스트스튜디오 관계자는 "당사는 상장 이래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왔으며 지난해의 경우 영업외 비경상손실이 반영된 바 영업이익의 약 40%를 배당금액으로 책정했다"며 "자사주 소각은 홍콩 원주식과 KDR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홍콩 회사조례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해 주총에서 결의를 마친 상태로, 법적 절차에 따라 4월 말 소각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연기라기보다는 법적 절차상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금 유출이 지속된다는 우려에 관해서는 "정기예금까지 포함하면 2023년말 5223만달러에서 2024년말 4878만달러로 소폭 감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재무제표상의 공식 항목인 '현금및현금성자산'(회계상 일반적 비교 기준)이 아닌 정기예금을 포함한 실질적 유동성 자산 관점에서는 소폭 감소에 불과하다는 해명이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게임사 특성상 PC, 서버, 게임엔진 등이 주된 설비 투자 대상이며 일반적인 대규모 유형자산 취득이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