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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주)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3세 형제경영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유통가에서는 3남 김동선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월31일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11.32%를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 후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으로 재편됐다. 삼형제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으므로 형제들의 ㈜한화 지분율은 최종 42.67%에 이른다.
이번 증여로 한화그룹 3세들이 내야 할 증여세만 2218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앞서 2006∼2007년 김 회장이 ㈜한화 지분을 일부 증여할 당시에도 1216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이 가운데 3남 김 부사장이 납부해야할 세액은 633억원 규모다. 5년 분할 납부할 계획이며 재원은 개인 자산이나 증여된 주식 담보대출로 마련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의 지난해 보수는 한화갤러리아 12억9000만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9억7000만원으로 약 22억6000만원 정도다.
개인 보수나 자산만으로 감당하기엔 세액 규모가 크고 주식 담보대출을 하려면 실적과 주가를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3형제가 맡은 주요 사업 분야가 뚜렷하게 나뉘면서 경영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영업익 68.1%·41.8%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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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전반과 미래 성장 동력을 책임지고 있는 김 부사장은 여러 계열사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총괄,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 등이다.
김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참여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주요 계열사 가운데 실적이 우상향한 곳은 아쿠아플라넷, 에프지코리아 정도다. 업계에서는 본업인 갤러리아와 리조트 등 유통 분야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이 그룹의 미래비전을 짊어진 만큼 푸드테크, 로봇 등 미래사업 성과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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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매출 5383억원, 영업이익 31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3.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6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매출 7509억원, 영업이익 138억원으로 매출은 2.6% 늘고 영업이익 41.8% 줄었다. 내수 소비 위축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해도 영업이익 하락폭이 크다. 로보틱스는 아직 인큐베이팅 단계로 성과보다는 투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 부사장은 성과를 내기 시작한 푸드 쪽에 드라이브를 걸고 동력 확보를 꾀할 전망이다.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업계 2위 급식기업 아워홈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2500억원을 출자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외 2명의 지분 58.62%를 인수하기로 했다.
김 회장의 지분을 확보한 김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핵심 사업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