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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타이어 업계가 분주해졌다. 현지 공장 증설, 유통망 다각화 등 여러 대응책이 논의되는 가운데 '빅마켓'인 유럽 비중 확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북미는 국내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타이어)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 중 하나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9조41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23.8%가 북미에서 발생했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북미 시장 비율이 각각 31%, 27.2%다.
미국 현지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은 공장 증설과 생산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테네시공장 증설을 마무리해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연 550만개의 타이어 생산 규모를 연 1200만개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금호타이어의 조지아 공장은 연간 33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조지아 공장 증설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8곳의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활용해 물량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넥센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다. 2023년 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해 현지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6월 재무 부담 문제로 투자를 철회했다. 현재 오하이오, 캘리포니아, 텍사스, 조지아 등 4곳에 있는 현지창고(RDC)를 활용해 북미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 확대가 관세 대응의 최선책으로 꼽히지만 대규모 시설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미국 공장은 타지역 대비 인건비·운영비, 제조원가가 높아 생산 비용 부담이 크다. 생산 설비 구축에 수조원의 비용이 들고 최소 5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 내 관세 부담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타이어의 테네시공장은 지난해 해외 생산거점 중 유일하게 당기순손실 74억9044만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4856억원으로 글로벌 6개 공장 가운데 가장 낮다. 수익성 하락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테네시주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밝혔다. 조지아공장을 포함한 금호타이어의 미국 법인도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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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 속에 타이어 업계는 또 다른 빅마켓인 유럽을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와 SUV 보급률이 높은 유럽은 고인치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고인치 타이어는 평균 판매 단가가 높아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유럽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고인치·전기차 타이어의 판매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는 역대 최고 수준인 4조31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매출 비중은 46%에 달했다. 넥센타이어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1조1346억원, 금호타이어는 사상 처음으로 유럽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24.1% 증가한 수치로 매출 비중도 26.4%로 확대됐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지난해 유럽에서 겨울용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졌다"며 "유럽은 소비자의 제품 관여도가 큰 시장이기 때문에 고성능 타이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 전문지 테스트,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는 유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헝가리 공장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도 유럽 내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포르투갈·세르비아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넥센타이어는 체코 공장 생산량을 확대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소비자들은 타이어의 안정성과 품질을 고려한 후에 가격을 비교한다"며 "미쉐린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국내 업체들의 성능이 크게 뒤처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해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