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71.9원)보다 5.3원 내린 1466.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71.9원)보다 5.3원 내린 1466.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1500원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우려가 커진다. 달러 강세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고환율 기조가 '뉴 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원자재를 수입해 생산하는 국내 제조기업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는 146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2일 종가(1353.0원) 대비 8.4% 상승했고,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2일(1406.5원)과 비교하면 4.3% 올랐다. 전날엔 1472.9원까지 올라 금융위기 당시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은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 제조업 대부분이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하다. 고환율로 수출에 유리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할 때 더 많은 돈을 내야 해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정유,철강 등이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원가가 올라 우려가 커진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업계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첨단 칩 제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대당 가격이 2억 달러(2930억원)에 달한다. 환율이 1% 오르면 약 3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재정 부담도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반도체지원법'(칩스법) 폐지를 추진하면서 관련 보조금 지급이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24조3800억원)를 들여 미국 테일러시에 반도체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39억 달러(5조6000억원)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원유를 수입한 뒤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업계도 고환율로 신음한다. 원유를 미리 사두고 몇 달 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 환차손이 발생한다. 통상 환율이 10원 오르면 정유업계가 부담하는 환차손은 1000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 유가가 수요 둔화 우려로 상승세가 꺾여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손실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 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28달러(0.39%) 내린 배럴당 71.2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0.28달러(0.37%) 떨어진 배럴당 74.49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산 저가 과잉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해 환율 영향을 받는다. 철강 수요 둔화에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수출 시 고환율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도 없다.

산업계는 글로벌 경제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0년 이상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1200원대를 유지했으나 앞으로는 1400원대가 기본값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처인 미국이 대대적인 관세 정책을 예고하면서 환율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기업들은 환 헤지 등으로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측 난도가 올라가면서 경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으론 한계가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고환율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가중돼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하고 해외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환율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제도 개선, 세제 지원 등 기업 친화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