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은 김경문 감독의 뚝심과 믿음의 야구가 빛을 발하면서 9전 전승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으로 금메달을 땄다. 김감독은 1할 대의 타율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이승엽 선수를 끝까지 믿고 4번 타자로 기용하였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이승엽 선수는 마침내 일본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날릴 수 있었다. 일본을 꺾던 날 그가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이유를 국민들은 다 안다. 그가 고백하였듯이 “4번 타자가 그동안 부진하여 감독이나 동료들에게 미안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미안함과 부담감이 그를 더욱 강하게 하였고, 결국 멋진 홈런으로 보답하였다.

 

이승엽 선수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느낄 때 그것에 보답하고자 한다. 그게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관계다. 하지만 주식은 다르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리 사랑과 애정을 기울일지라도 주식은 그것을 몰라준다. 주인의 사랑에 보답하느라 주가가 저절로 올라가는 일은 결코 없다. 주식을 향한 사랑은 언제나 짝사랑으로 끝난다. 주식은 도무지 은혜라는 것을 모른다. 애당초 주식이 주인의 은혜에 보답하리라 기대하는 사람이 어리석을 뿐이다.

주식은 이승엽 선수가 아니다
 

증시 격언에 “주식과 결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주식과 결혼할 정도로 정을 쌓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언제나 냉정한 마음가짐으로 주가를 살피고, 아무 때이건 차갑게 헤어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설령 주식과 냉랭하게 헤어지더라도 그것 역시 주식은 알 턱이 없다. 하지만 이처럼 지극히 간단한 진리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사람들은 망각한다.

 

올해 내내 주가는 상승하기보다는 하락하는 날이 더 많았고, 그 결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마다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바로 냉정함이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목은 좋아 보인다. 설령 다른 종목들이 다 하락할지라도 자신이 보유한 종목만은 굳건히 오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정작 이런 기대와 신념과는 달리 실제 시장에서의 움직임은 다르다. 하락하기 일쑤다.

 

우리 모두 인간인지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나쁘게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아무리 애정을 쏟아도 그 주식은 결코 보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꼭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보답하기는커녕 오히려 주가는 연일 하락하며 우리를 배신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안다면, 우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무턱대고 주식에 애정을 기울일 것이 아니다. 그래보았자 소용도 없고, 보답도 없다. 주가가 하락하는 추세인 요즘, 가장 필요한 덕목은 객관성이다. 차가운 이성이다. 정이 아니다. 냉정해져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 선수를 믿었고 그는 믿음에 보답하였지만, 주식은 이승엽 선수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