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우리 부모님은 왜 부자가 아닐까' '난 엄마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야' 다짐해보기도 했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면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걸 새삼 절감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은 우리 형제를 어떻게 키웠을까?' 자녀들 뒷바라지에 고생하신 부모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녀들 교육시키고 시집장가 보내느라, 정작 노후를 위해서는 별다른 준비도 못한 어르신들이 많은 게 현실. 자녀 된 도리로 연로한 부모님을 잘 부양하고 싶지만, 자녀들 역시 형편이 넉넉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과연 연로한 부모님의 노후 재무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례를 통해 노후 소득 창출 방안 및 지출 틈새 줄이기 전략을 알아봤다. 
 
Q: 7년 전 퇴직을 하신 아버지는 지인의 회사에서 용돈벌이 정도를 하십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마저도 그만둬야 하는 형편입니다. 연금 등으로 받는 90만원으로는 생활이 어려울텐데, 줄어드는 120만원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자녀들이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부모님은 "노인네 둘이서 돈 많이 필요 없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걱정입니다.
 
→ 상담자 부모님의 현 재무상황
 
부: 66세, 모: 63세
현재소득: 월 210만원(국민연금 70만원, 소일거리 120만원, 자녀 20만원)
내년소득: 월 90만원(소일거리 120만원이 없어짐)
고정지출: 월 60만원(아파트관리비 20만원, 보장성보험 40만원)
주택: 3억원
금융: 예금 4000만원
 
A: 현재 수입은 210만원이다. 이중 관리비와 보험료 고정비 지출 60만원을 빼면 매월 사용할 수 있는 돈은 150만원이다.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필요한 자금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일거리가 없어지면 가처분소득이 30만원으로 줄어드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현금흐름 창출이 절실하다. 주택을 활용해 소득의 부족분을 보완하고, 보험을 리모델링해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기를 권한다. 이때 고려해야할 주요 재무 포인트 다음과 같다. (도움말: 조영경 FM파트너스 대표)
 
집밖에 없는 부모님, 자녀보다 집이 효자?

 
① 주택연금 활용, 매월 연금 마련
 
가진 재산은 집밖에 없는데 노후자금 마련이 절실할 때에는 주택연금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한 다음 부부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을 받는 제도다. 평생 내 집에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만 63세인 모 기준) 3억원의 집을 주택연금으로 활용하면 매월 약 80만원을 종신토록 받을 수 있다. 가입 후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처음 정한 월지급금이 계속 지급된다. 설혹 연금 총 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해도 초과부분에 대한 상환의무가 없고, 총 수령액이 집값보다 작다면 잔여액은 상속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단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만 60세를 넘어야하고, 부부가 1주택만을 소유해야 하며, 집값도 9억원 이하여야 신청이 가능하다.
 
② 보험 리모델링, 사망보장보다 생활비 우선
 
상담자의 부모님의 경우 종신보험으로 30만원, 건강보험으로 10만원가량을 불입해오고 있다. 앞으로 8년간을 더 불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납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종신보험은 주계약인 사망보장 부분에 초점을 둔 상품인데, 상담자 부모님의 경우 사망으로 인한 유가족 보장보다 현재의 생활비 마련이 시급하므로 감액완납으로 보장을 줄이고 보험료 부담을 없애는 것이 좋겠다.
 
감액완납은 보험료를 더 내지 않고 지금까지 낸 보험료 한도에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처음 가입한 계약의 보험기간과 지급 조건은 그대로 두고 보장금액만 낮춘다. 보험료를 3년 이상(36개월 이상) 납입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은 적이 없는 가입자의 경우 신청 가능하다.
 

집밖에 없는 부모님, 자녀보다 집이 효자?
 
 
③ 원금보장 ELS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은행들도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예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금리로 울상인데, 앞으로는 이자가 더 줄어들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때에는 예금 상품만 고집하지 말고 원금보장이 되면서도 '은행금리+α(알파)'를 얻을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은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정기예금의 2배 정도 수익을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가가 예상을 벗어나더라도 원금은 보장된다. 1년 만기의 생계형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4000만원 중 일부(3000만원 정도)는 원금보장 ELS를 활용해 수익을 높여, 비상자금이나 월 생활비 부족분을 충당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상담자 부모님의 경우 3가지 조정을 통해, 총수입은 170만원으로 늘어나고 고정지출은 30만원으로 줄어 약 140만원 정도의 생활비 확보가 가능해진다. 내년 소일거리가 없어지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은 가능해보인다.

만 65세 이상 보험 가입은 어떻게?
 
보험을 목적성으로 구분한다면 저축성과 보장성으로 나눌 수 있다. 연세가 많이 드신 부모님을 위한 보험이라면 아무래도 저축성보다는 보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 회사별로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나이가 제한이 되기 때문에 만 65세 이상인 경우라면 사실상 보장성 보험 가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갱신형으로 상품 가입이 가능한 경우가 있으나, 전기납(보험 혜택을 받는 동안 계속 보험금을 납입해야 함)인지라 지속적으로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며, 소멸성 상품이기에 가입하는 입장에서 유리한지 여부는 한번 더 생각을 해 봐야 할 듯하다. 따라서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일정 금액씩 저축을 해 장례비용 ·질병치료비용 등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부모님의 장례비용이 걱정이라면 상조보험과 상조서비스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상조보험은 '상조서비스 + 보험' 상품으로 가입자가 사망 시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받는 종신보험의 일종이다. 피보험자(보험의 혜택을 받는 사람)을 지정해야 하지만,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5000만원까지 보호가 된다. 다만 보험회사별로 병력·연령에 따른 가입거절 사유가 존재하고, (보험금 지급 후 계약 종료) 약관의 내용에 따라 지급이 거절되는 사유도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과거 논란이 일었던 것은 상조서비스로, 이는 장례물품·절차 등을 제공하는 용역이다. 가입 제한이 없다. 상조서비스에 가입을 원한다면 회사 자본금·부채 등과 이용 후기 등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움말: 이원선 한국재무설계 컨설턴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