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 대표종목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향후 수익성 정체 전망까지 이어지며 당분간 투자를 자제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선주 대표종목, 2분기 '어닝쇼크'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5.2% 감소한 3585억원, 당기순익은 82.9% 줄어든 13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 6300억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건조단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정유사업 부문 부진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중공업은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65.2%나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의 사업부문은 정유부문, 조선관련 사업부문(조선·해양·엔진기계) 및 기타 비조선 부문 등으로 구분된다. 정유부문은 이번 분기 유가하락으로 적자 폭이 컸으며 조선관련 사업부문 역시 지난 분기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현대삼호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이 지난 분기 21.5%의 기록적인 수준에서 이번 분기 10% 미만 수준까지 급락한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삼성중공업도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1% 줄어든 2643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익도 26.4% 감소한 1931억원으로 집계됐다.
허성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2분기 매출 감소는 드릴링패키지의 입고지연에 따른 드릴쉽공정차이 발생과 상선부문의 공정스케줄 변화에 따른 탓"이라며 "영업이익 감소는 대부분 매출감소에 따른 것으로 후판가격 인하에 의한 원가절감 효과가 1분기와 비교해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 '빅3' 가운데 한곳인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29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전년 동기 대비 44.5% 줄어든 1708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익도 12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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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울상'…목표주가도 잇단 하향
주가도 부진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4일 21만25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뒤 최근 경기부양 기대감에 반짝 상승했지만 최근 3거래일에 3% 가까이 하락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6월에서 7월 사이 단기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를 보이다 최근 사흘 연속 하락했다.
이 여파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도 잇따랐다. 삼성증권은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17% 끌어내린 29만원으로 제시했고 신한금융투자도 목표주가를 10% 내렸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중공업의 목표주가를 4만7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내렸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사업부문별로 대부분 시장 기대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며 "플랜트와 전기전자부문 실적이 중요한데 이 부문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이 돼야 가능 하고 하반기에는 정유부문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성덕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시장이 기대하는 대규모 해양프로젝트 수주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실적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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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는 뱃고동 울릴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주가의 단기상승 모멘텀이 크지 않은 만큼 향후 추가 수주 물량을 확인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현재 조선 및 해운업의 부진한 시황은 줄어든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급증한 탓으로 선박 해체량 증가 없이 해운업황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트레이드증권에 따르면 상선 해체량은 역사적으로 인도량이 대폭 늘어나고 난 뒤 증가되는 모습을 보였다. 2차 대전 이후인 1963년부터 1973년까지 세계경제가 성장세를 보이며 1978년까지 상선 인도량이 크게 늘어났다. 1973년과 1979년 오일쇼크가 있었음에도 상선인도는 기존에 잡혀있던 잔고에서 1978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상선 인도가 대부분 끝난 1982년부터 선박 해체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선복량 과잉공급이 점진적으로 해소됐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년간의 고유가 지속은 상선의 노후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줄어든 물동량으로 운임수익은 줄어들었고 엄청나게 늘어난 선복량과 인도량을 고민하면 운임은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연구원은 "내년 이후 상선 해체량은 지난 3년간의 해체량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복량이 줄어들면 운항 경쟁력이 높은 연료 효율적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증권은 우선 수익성 바닥을 확인한 뒤로 투자시기를 미룰 것을 조언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개별업체 기준으로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번 분기의 실적이 아니다"며 "금융위기 이전 고가 수주물량이 대부분 2012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돼 실질적으로 영업실적의 바닥을 올해 확인하는 것이 가능한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여전히 시장의 벤치마크 신조선가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이 같은 물량을 추가 수주하고 있기 때문에 상선의 수주단가 또한 하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선박을 만드는 조선업체의 수가 시장에서 신규선박을 필요로 하는 수요보다 많기 때문에 가격할인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내년까지 추가적인 마진율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엄경아 연구원은 "최근 조선주 급등은 유로존 리스크 해소 기대감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이 주요 원인이며 실질적인 업황점수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로 최근 선박과 에너지 개발업자들의 투자속도가 둔화돼 기대했던 수준 만큼 신규수주가 유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선업에 대한 투자시기를 수주량 저점을 확인한 이후로 미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