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앞두고 최근 부동산업계는 수도권 혁신학교 주변 신흥학군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일정액의 학교 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 학교 운영과 교과과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혁신학교가 과목별 특화교육을 원하는 요즘 추세에 따라 '맹모'(孟母)들의 관심을 새롭게 받고 있어서다.
◆이제는 혁신학교가 '대세'
수그러든 전통학군을 대신해 신흥학군의 중심으로 떠오른 혁신학교는 2009년 9월 경기도에서 13개교로 출발해 지난해 기준 195곳으로 확대됐다. 학비가 비싼 사립초등학교나 일반 공립초등학교의 대안으로 혁신학교가 떠오르면서 취학 전 아동을 둔 가정을 중심으로 혁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아파트에 주목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혁신학교로 꼽히는 성남 판교신도시 보평초등학교 주변은 인접한 보평고가 지난해 과학고로 지정되는 호재가 겹치면서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114 시세기준으로 판교 봇들마을7단지 107㎡의 최근 전세가격은 4억5000만원 수준으로 1년 전 4억원선에서 11%가량 증가했다. 인근 백현마을1단지 107㎡도 전년 봇들마을7단지 107㎡와 같은 수준에서 8.6% 증가한 4억3000만원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다.
광명시 소하동 일대도 혁신학교 구름산초 주변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소하휴먼시아2단지 124㎡ 전세가는 현재 2억8000만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5%가량 증가했다. 특히 소하 금호어울림아파트 76㎡ 전세가는 전년대비 무려 20%나 증가해 2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새롭게 혁신학교 수요지로 떠오른 수원 광교신도시는 산의초, 연무중, 광교고, 상현중 등 예비·기존 혁신학교가 대거 몰려있어 주변지역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산의초 인근 광교2차 e편한세상은 전년대비 7.5% 상승한 2억1000만원 수준의 전세가를 형성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광교 상록자이 역시 도보 4분 거리에 혁신학교 상현중이 있어 주변시세를 상회하는 전세가격(2억7000만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눈에 보이는 전셋값 오름세와 달리 혁신학교 신드롬이 매매시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혁신학교 수요는 임차시장에만 국한돼 작용할 뿐 아니라 임차매물도 주로 중·소형아파트만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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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14에서 발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혁신학교가 위치한 동일한 행정구역이라 하더라도 배정 가능 여부에 따라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차이가 났다.
혁신학교를 가장 먼저 도입한 경기도 내 대표적인 혁신 초등학교(판교 보평초, 광명 구름산초 등) 인근 아파트의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혁신학교 배정 여부에 따라 3.3㎡당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판교 보평초의 경우 전용면적이 동일하더라도 배정이 가능한 봇들마을7단지(84㎡, 4억5000만원)가 봇들마을2단지(84㎡, 3억4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가량 전셋값이 높았다.
봇들마을 아파트를 취급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는 "봇들마을 전세아파트를 찾는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보평초와 보평중학교 배정 여부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혁신학교 배정 가능 여부에 따라 전셋값이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봇들마을 7·8·9단지의 경우 보평초에 대한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꾸준히 전셋값이 오르고 있고, 신학기 이사철마다 대기수요가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7월 입주 당시 2억3000만원의 전세시세를 형성했던 봇들마을7단지는 이후 매년 꾸준히 올라 현재는 전셋값이 2배가량 오른 상태다.
◆기존 인기학군, 겨울방학 동안 '얼음'
부동산시장에서 교육환경은 언제나 중요하게 다뤄져왔다. 예부터 명문학군 주변 아파트에는 학군수요가 몰려 매년 2·3월마다 전셋값이 요동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휘문고, 단대부고, 영동고 등 강남·서초구 지역 명문학교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8학군벨트가 조성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겨울방학 동안 인기학군 지역의 아파트 전세거래는 평소보다 잠잠했다. 이른바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등이 그런 사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동 아파트의 지난해 12월 평균 전셋값은 3.3㎡당 1415만원으로 전년 같은 달 기준 1478만원에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삼성동과 방이동, 목동, 중계동의 경우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동자체가 미미하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계속되는 실물 경기침체로 교육비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2년 연속 쉬워진 수능 탓에 사교육 중심의 전통학군 수요지역 아파트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맹모' 치맛바람 열풍이 갑자기 사라질 순 없겠지만 최근 학군특수 자체가 흐릿해진 것만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의 경우 지난해 12.19선거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확대보다는 지금까지 제기된 혁신학교의 문제점을 수정·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추가지정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기존 서울 혁신학교의 희소성이 증대될 전망이어서 배정 가능한 아파트들의 전셋값 역시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