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장지수펀드 최고 수익률 200%
 
지난해는 그야말로 재테크 상식 파괴의 해였다. 글로벌 양적완화 기조로 인해 막대한 돈이 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투자자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주식시장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며 채권 값이 급등(금리 급락)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대를 기록하는데도 물가연동국채(물가상승과 연동돼 가치가 오르는 채권)에는 지속적으로 돈이 몰렸다.
 
이처럼 통상적인 재테크에 대한 상식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한때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 9월14일 파산을 신청한 것이 방아쇠로 작용해 세계금융위기가 시작되며 기존의 관념이 무너진 것이다.

그렇다면 펀드상품에서도 '장기투자가 답'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할까. 아니면 금융위기 이후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말이 돼 버린 것일까.


수익률 높은 펀드 뽑아보니…

◆상장지수펀드, 수익률 최고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도움을 받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다음날(2008년 9월15일)부터 지난 4일(종가 기준)까지 국내·외 주식형과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봤다. 그 결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도 펀드에 대한 장기투자는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로인에 따르면 해당기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국내주식형펀드, 그중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로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자동차 상장지수[주식]'펀드의 경우 현재 수익률이 무려 198.96%를 기록했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 운용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현대·기아차의 품질·디자인 중심 혁신과 엔고를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비약적으로 성공해왔다"며 "그런 가치가 자동차 섹터에 반영되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상품의 전망은 어떨까.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작년부터 자동차섹터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했으나 엔저가 어느정도 안정되고 있고, 일본업체들이 공격적인 인센티브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전통적으로 현대·기아차의 3~6월 미국판매가 연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는 만큼 긍정적 움직임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국내주식형펀드 가운데 마이에셋자산운용의 '마이트리플스타[주식]_ClassA', ING자산운용의 'ING중국내수수혜국내자 1(주식)종류A',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중소형FOCUS 1[주식](A)' 등의 수익률이 100%를 넘었다.

해외주식형펀드 역시 길게 투자했다면 수익률 100%를 초과한 펀드들이 있다. 우선 NH-CA자산운용의 'NH-CA인도네시아포커스[주식]Class C'가 179.76%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아세안셀렉트Q 1(주식)종류A'의 수익률 또한 161.42%로 높았고,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아세안자 2[주식](A)'은 145.81%의 수익률을 기록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익률 높은 펀드 뽑아보니…

◆국내보다 해외채권형펀드 수익률이 더 양호
 
채권형펀드는 어떨까.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국내채권형펀드의 경우 해당기간 동안에는 전체 평균수익률이 27.83%로 주식형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매직국공채 1(국공채)C-1'로 39.67%의 성과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퇴직플랜자 1(채권)종류C'와 '미래에셋엄브렐러 전환(채권)종류C-i'는 각각 39.57%, 37.64% 오르며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퇴직연금자 2[채권]'은 36.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채권형펀드는 국내채권형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았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이머징마켓본드자 1[채권-재간접]C-B'가 45.35%로 해외채권펀드 가운데 1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채권펀드(채권 혼합 제외) 가운데서도 톱을 차지했다.

2008년 당시 이 펀드를 운용했던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금리상황으로만 볼 때는 선진국이든 이머징(신흥국)이든 채권 쪽이 좋을 수 밖에 없던 구조였다"면서 "그러나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이머징들이 훨씬 큰 상황에서 종목선정이 잘 됐고, 편입자산을 다변화 해 분산투자를 했기 때문에 좋은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머징마켓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아시아만 떠올리는데, 남미나 동유럽 등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머징지역에 대한 안배를 잘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혼재돼 있다"며 "부정적인 부분은 역사적으로 금리가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어 더 떨어지기는 힘들다는 점이며, 긍정적인 부분은 이머징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많이 늘어나면서 금융산업이 발달해 그만큼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스트래티직인컴 1[채권-재간접]종류A'는 수익률 43.61%로 2위를 차지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디스커버리 자G 1(채권)종류A'는 39.36%로 3위를 달렸다.
 
☞펀드투자 시 고려할 점
 
지금이라도 펀드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은경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네가지를 고려햐라고 조언한다.

첫째, 투자목적과 성향에 대한 분석이다. 본인의 성향을 잘 분석해보고 학자금·목돈마련 등 '투자목적'을 정한 후 이에 맞게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둘째, 투자전략에 대한 이해다. 투자한 펀드가 어떤 전략으로 운용되는지 판매사와의 상담을 통해 충분히 이해한 후 가입해야 한다.

셋째, 펀드 운용사에 대한 이해다. 펀드정보를 제공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해당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규모나 매니저의 운용스타일을 확인해야 한다.

넷째, 보수 부분에 대한 이해다. 선취수수료를 내는 펀드인지, 운용보수를 내는 펀드인지 등 투자하는 펀드의 '비용'을 잘 알고 투자해야 비용대비 수익이 좋은 펀드인지 비교할 수 있다. 동일한 전략대비 비용이 낮은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