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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
국내 은행들이 방카슈랑스를 둘러싼 각종 규제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보험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은행계 보험사 간 입장이 달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설계사조직이 탄탄한 대형사는 '불완전 판매' 등을 이유로 방카슈랑스 확대에 반대하지만 은행계 보험사는 영업채널 강화를 위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방카슈랑스 확대를 위해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와 관련한 의견을 제출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보험업계는 저금리와 대출금리 인하 등의 요구가 계속되면서 성장동력을 잃은 은행들이 부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방카슈랑스 확대를 강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이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판매에 따르는 수수료가 그만큼 짭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은행, 가만히 앉아서 수수료 수입?
은행권은 현재 '25%룰'을 폐지하고 방카슈랑스로 판매 가능한 상품을 '4단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 은행이 방카슈랑스를 통해 올린 전체 매출 중 1개 보험사를 통해 올린 매출이 25%를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은행이 특정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장성상품 4단계 확대는 은행에서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을 포함한 대부분의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방카슈랑스가 처음 도입된 지난 2003년, 은행은 연금과 저축성보험(1단계)만 판매할 수 있었다. 이후 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형상품(2단계)으로 확대됐으며 현재는 질병과 상해보험(3단계)까지 판매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은행이 방카슈랑스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저금리와 각종 금융규제로 인해 낮아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묘책으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전체 생보사가 방카슈랑스를 통해 올린 초회보험료는 총 13조8878억원이었다. 현재 각 보험사들은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험료 중 통상 2~3%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방카슈랑스 판매로 이 기간 동안 적게는 2777억원에서 많게는 416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설계사와 달리 영업활동에 물리적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어가는 은행이 앉아서 수천억원대 보험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확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보험사, "민원에 대한 책임 없이는 확대 불가"
대형생보사와 일부 중소형사가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완전 판매' 우려 때문이다. 비교적 구조가 간단한 상품 위주로 판매되고 있는 지금과 달리 특약 등이 많이 포함된 보장성상품까지 판매할 경우 불완전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보험상품 판매 이후 발생하는 민원에 대한 책임여부가 개선되지 않는 한 방카슈랑스 확대는 더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A라는 소비자가 은행에서 질병상해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보험사와 은행 간 계약구조상 소비자 A에 대한 계약 및 고객관리는 은행이 해야 한다. 은행도 보험사 소속 설계사와 마찬가지로 관리를 위한 수금비를 받고 있어서다.
그러나 현재 방카슈랑스시장 상황상 상품 판매 이후 민원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은행이 아닌 보험사가 지고 있다. 대형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 맺은 계약상 방카슈랑스 영업을 통해 발생한 민원은 은행이 해결해야 하지만 방카슈랑스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우월적 지위로 인해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방카슈랑스가 확대되면 대출진행 시 예금·적금·카드·보험 등을 끼워 판매하는 이른바 '꺾기' 관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B씨는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저축성보험에 가입하면 금리가 낮아진다는 은행창구 직원의 권유에 울며 겨자먹기로 상품에 가입했다.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은행권의 관행인 '꺾기'가 발생할 확률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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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계 보험사,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도움"
반면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계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강한 설계사조직을 갖추지 못한 은행계 생보사로서는 계열사인 은행 창구를 통해 상품 판매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또한 은행계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가 확대돼 은행에서 판매되는 보험상품수와 물량이 늘어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은행계 보험사의 이러한 논리는 25%룰과 연관이 있다. 현재는 25%룰로 인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한 보험사의 매출비중이 25%를 넘어서면 방카슈랑스 판매가 중지된다.
한 은행계 생보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판매채널 담당자들은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가 판매중단으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의 항의를 받는 경우가 있다"며 "방카슈랑스 확대는 이러한 고객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생보사가 지적하는 불완전 판매 비중 증가에 대해서는 상품의 단순화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은행권 생보사 관계자는 "다이렉트상품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도 불완전 판매가 문제로 대두됐지만 구조 단순화로 해결하지 않았냐"며 "방카슈랑스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카슈랑스 확대가 4단계까지 진행되면 은행에서도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직접 보상해줘야 하는 손해보험사들은 은행에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주장하는 방카슈랑스 확대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지속적으로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반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방향은 없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