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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8일. 50년 역사의 동양제철화학이 OCI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회사 이수영 회장은 이날 'The Origin of Chemical Innovation'을 내세워 세계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모습(Innovation)의 리더십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제철·화학에 국한된 회사의 사업영역을 더 확장하겠다는 열의도 담았다.
이후 이 회장은 다양한 사업시도와 강력한 경영리더십을 발휘하며 OCI를 국내 태양광업계의 대표주자로 키워냈다. 자산총액 12조원, 계열사 22개를 거느린 재계 23위의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것.
개인적으로도 이 회장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경영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데는 도덕과 윤리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펼친 게 컸다.
실제로 경총 회장 당시 그는 "경영자는 윤리·투명경영을 통해 근로자의 신뢰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로 경영자의 도덕성을 중시했다.
◆'도덕성' 운운하더니…역외탈세 혐의 '족쇄'
하지만 시절이 하수상한 때문일까. 철저히 '도덕맨'을 표방하던 그가 최근 경영자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역외탈세를 꾀하며 부도덕한 경영자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한 탓이다.
이 회장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힌 곳은 다름 아닌 비영리 인터넷 언론사 뉴스타파. 이 매체는 지난 5월22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한국인' 1차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 회장을 '대표인물'로 지목했다.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도 포함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 회장과 그의 부인은 지난 2008년 4월28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최소 2010년 초까지 보유했다. 특히 이 회장 부부는 해당법인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해 수십만달러의 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회장을 둘러싸고 도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유령회사를 설립한 시기.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 맞물려 OCI의 주력업종인 태양광산업이 크게 주목받던 때다.
따라서 2007년 5월 10만원대 초반이던 OCI(당시 동양제철화학) 주가는 1년 뒤인 2008년 5월 40만원대로 4배나 뛰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전후해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당시 OCI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이 회장 일가의 배당이익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 시기 이 회장 일가가 단지 개인 돈을 예치했다고 하더라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은 세금을 피하려 한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두 아들, 이미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처벌'
이 회장의 도덕성에 흠집이 선명해지는 또 다른 부분은 이미 이 회장 일가가 이 시기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법의 심판대에 선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분할 준비시점인 2007년 10월부터 11월 사이 이 회장의 두 아들인 장남 이우현 OCI 당시 부사장과 차남 이우정 넥솔론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단기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2011년 4월 각각 징역형(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과 벌금형(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부사장은 2007년 10월부터 2008년 7월까지 OCI가 폴리실리콘 제조설비 증설을 위해 1600억원을 투자하고, 넥솔론과 대만 GET사가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다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대량의 주식을 사들여 총 10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았다. 차남인 이 대표도 2007년 11월 OCI가 폴리실리콘 시제품을 생산했다는 정보를 입수, 차명계좌로 주식을 매수해 1억47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OCI측은 이 회장 부부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용했다는 것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이 2006~2008년 미국 자회사인 OCI 엔터프라이즈의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100만달러가량을 관리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계좌(페이퍼컴퍼니)를 개설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2010년에 그 계좌를 폐쇄했고 현재 미국 내 계좌에 동일금액이 예치돼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누락된 신고와 납세사항이 있으면 즉시 완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세청-관세청 '쌍끌이' 조사받는 OCI
뉴스타파의 '조세회피지역 페이퍼컴퍼니 운영자'로 지목된 이수영 회장 부부와 관련해 OCI는 현재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동시에 '피조사자'가 됐다.
국세청은 지난 5월29일 23명의 역외탈세혐의자와 46명의 민생침해사범에 대한 심층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OCI그룹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같은날 서울 중구 OCI 본사에 조사요원들을 파견, 회계장부 등을 압수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OCI그룹의 경우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OCI는 현재 관세청으로부터 불법외환거래와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이 회장에 대해 제3자를 경유한 불법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과 역외탈세 혐의를 두고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의 '조세회피지역 페이퍼컴퍼니 운영자'로 지목된 이수영 회장 부부와 관련해 OCI는 현재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동시에 '피조사자'가 됐다.
국세청은 지난 5월29일 23명의 역외탈세혐의자와 46명의 민생침해사범에 대한 심층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OCI그룹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같은날 서울 중구 OCI 본사에 조사요원들을 파견, 회계장부 등을 압수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OCI그룹의 경우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OCI는 현재 관세청으로부터 불법외환거래와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이 회장에 대해 제3자를 경유한 불법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과 역외탈세 혐의를 두고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 프로필
1942년생 / 1960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 1964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1970년 동양화학공업 입사 / 1978년 동양화학공업 대표이사 사장 / 1987년 한국정밀화학공업진흥회 회장 / 1996년 동양화학공업 대표이사 회장, 한국화학연구소 이사장 / 2004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2001년~현재 OCI 대표이사 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