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부산 신세계면세점
사진제공 = 부산 신세계면세점

다시 촉발된 면세점 영토전쟁

잠잠하던 면세점업계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롯데가 운영하던 김해공항의 면세점 사업권을 면세점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에서 따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의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DF1구역, 651㎡) 임대 전자입찰 결과 최고가 임대료를 제시한 신세계가 새로운 운영자로 선정됐다. 신세계가 제시한 입찰가는 연간 64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기존 운영자인 롯데의 연간 임대료인 500억원(여객변동률 적용 임대료 625억원)보다 140억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의 연간 매출액은 1600억원 규모다. 이번 입찰에서 주류와 담배를 중소기업에 할당했기 때문에 신세계는 이를 제외한 패션잡화와 화장품, 향수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1600억원의 매출 중 주류와 담배 매출이 40%에 달해 신세계는 약 96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업계는 신세계의 이번 사업권 획득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신세계가 지난해 면세점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이번 입찰까지 성공함에 따라 단숨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이어 3위권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년으로 연기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의 입찰 이후 업계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김해공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인천공항의 입찰이 열린다"며 "업계 순위를 가늠할 수 있는 경쟁인 만큼 더욱 치열한 입찰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는 지난해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이후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까지 획득함으로써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하게 다질 수 있게 됐다. 김해국제공항 성장세가 가파른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해국제공항을 통한 올 상반기 출입국자는 약 227만명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전국 공항의 증가율 5.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중국인 방문객수가 14만1520명으로 지난해보다 12.1%나 증가한 것도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 확장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는 김해공항 면세점을 발판 삼아 부산 쪽부터 차근차근 사업영역을 넓혀갈 방침이다. 신세계는 이미 부산지역에 신세계 센텀시티와 올해 개점 예정인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 그리고 지난해 파라다이스호텔로부터 인수한 해운대 신세계면세점 등으로 유통구조를 갖춘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백화점과 마트 사업에 한계가 왔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면세점에 발을 들이고 있다"며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성장세가 다른 기업보다 빠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면세점 영업권을 빼앗긴 롯데는 애써 아쉬움을 감추는 분위기다. 김해공항 면세점은 롯데가 지난 5년간 운영할 당시 연간 2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해외 출국자나 입국자가 있어야 하는데 김해는 엔저기조와 함께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국제선 고객이 적어 수익이 낮았다"며 "수익이 낮은 반면 공항면세점의 임대료는 높기 때문에 적자가 났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