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아닌 '사람 잡는 약' 조심!
식욕억제제 등 부작용 심각… 피해 입어도 보상 받기 힘들어

#1. 한모씨(29)는 다이어트약 부작용으로 인해 원래보다 살이 훨씬 더 많이 쪄서 고민이다. 다이어트약을 복용한 후 한달에 10㎏ 가까이 체중을 감량하는데 성공했지만 요요현상으로 인한 폭식증으로 오히려 몸매가 더 망가지는 상황에 처했다.

#2. 이모씨(33)는 다이어트약으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장기간 복용하면서 체중을 줄였다. 하지만 다이어트 성공 후 약을 끊자 우울증과 과대망상증이 생겨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씨는 현재 한 여성의원에서 심리상담을 받는 중이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이 진정한 다이어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약의 효능에 의지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이들은 다이어트약을 통해 '살과의 고통'에서 탈출하고 싶어하지만 과연 그 효과가 평생 동안 지속될까.

◆식욕억제제 부작용 '자칫하면 사망까지'

다이어트약 효과는 주로 식욕억제와 지사작용으로 구분된다. 특히 다이어트약에 포함돼 있는 식욕억제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임에도 무분별하게 판매 및 복용돼 많은 이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식욕억제제는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으로도 살을 빼기 힘든 비만환자에게 단기간 동안만 처방되는 치료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욕억제제인 '펜타민'의 4주 이상 장복을 제한하고 있다. 다른 약과 병용하거나 과량복용 시 불안, 사지떨림, 환각상태, 폐동맥 등 부작용을 야기하고 급기야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프랑스에서는 다이어트약인 '메디아토르'를 복용한 500여명이 심장이상으로 숨졌다.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무려 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이어트약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동네에서 발가벗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다. 이 20대 여성은 한 내과에서 처방받은 식욕억제제 펜타민을 복용한 후 체중을 23㎏이나 줄였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IQ가 61까지 떨어지면서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아 충격을 줬다. 이 여성은 펜타민을 4주 이상 장복 및 중복하는 등 남용해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욕억제제인 '리덕틸'로 인한 부작용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10년 리덕틸의 국내 판매가 금지됐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리덕틸 투여로 심장마비나 뇌졸중, 사망위험을 일으킬 확률은 11.4%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여전히 다이어트약으로 둔갑해 나돌고 있다. 인터넷 판매업자들이 불법으로 들여와 의사 처방 없이 판매하는 것이다.

이상열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다이어트약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폐동맥고혈압, 심장판막질환, 치명적인 심혈관합병증 등이 보고됐다"며 "특히 인터넷을 통해 불법 거래되는 약품은 제조사와 성분이 검증되지 않아 인체에 더 위험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만 아닌 '사람 잡는 약' 조심!

◆허위·과장광고에 현혹돼 고스란히 '피해'

다이어트 제품이 허위·과장광고로 유통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어트 제품에 대한 불만접수 건수는 총 1172건이었다. 올 들어 7월까지 705건의 불만이 접수돼 지난해보다 월 평균 접수건수가 늘어났다.

다이어트 제품의 허위·과장광고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극적인 문구지만 다이어트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는 순간적으로 혹할 만하다.

경기 수원시 곡반정동에 사는 장모씨는 지난 5월 '하루 세끼를 모두 먹으며 10㎏ 이상 감량할 수 있다'는 방문판매원의 광고에 현혹돼 150만원어치의 다이어트 제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막상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판매원은 해독을 위해 단식을 권했고 장씨는 식사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로 한달을 버텼음에도 체중은 겨우 1㎏만 줄어들었다. 장씨는 다소 부풀려진 광고임을 알고 시작했지만 결과가 기대했던 것에 훨씬 못 미치자 망연자실했다.

지난 4월에는 유명 연예인 등을 앞세워 다이어트 제품을 허위·과장 광고한 판매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자사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이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이는 등 '식품위생법'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

이 판매업자는 지난 3월까지 주요 일간지와 인터넷을 통해 유명 연예인들이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섭취로 체중 감량효과를 본 것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해 시가 74억원 상당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복부지방 50% 감소 입증', '수면 중 10㎏ 쉽고 빠르게 감량' 등의 허위·과장광고를 해왔다.

일부 판매업자들은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판매한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의 소비자 피해보상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 7월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최근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의 위탁판매 관련 민원을 조사한 결과 10여개의 제약 및 식품 대기업들이 자체 유통망 없이 영세 판매업체와 위탁판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허위·과장광고와 소비자 피해보상에 대한 법적책임을 회피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방문판매나 다단계판매, 전화권유판매를 하는 영세 판매업체와 계약을 맺고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제품의 특성상 허위·과장광고에 노출되기 쉬운 리스크를 영세 판매업체들을 통해 해소하고 판매이익만 거두는 셈이다. 소비자가 보상을 요구하면 영세 판매업체들은 "섭취방법이 틀렸다"거나 "개인 체형별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둘러댄다. 소비자만 피해를 입는 것이다.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관련 약의 부작용에 대한 보상도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식욕억제제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의도 받지 않는다. 심평원 관계자는 "식욕억제제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심평원에 보고되지 않는다"며 "비급여 의약품은 건강보험의 영역에서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