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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스메그 냉장고'다. 2주간만 팝업스토어 형태로 문을 열기로 했지만 이후 이 매장은 에스컬레이터 옆 목이 좋은 곳에 아예 자리를 잡았다.
스메그는 주방기기·가전제품 전문 이탈리아 브랜드다. 알록달록한 색감은 물론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이 네모 반듯한 우리네 냉장고와 차이가 난다. 스메그 냉장고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중년여성층으로 확대됐다. 스메그는 냉장 기능만 있는 120리터 용량이 190만원, 330리터 용량은 400만원을 호가한다. 삼성전자의 지펠 845리터가 400만원인 것과 비교해 용량 대비 2배 이상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디자인에 반한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스메그 매장 관계자는 "스메그냉장고가 있는 것만으로도 집안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며 "강남 사모님들은 물론 CEO 사무실 비치용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특히 일부러 카페 외관에 설치해 인테리어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서는 최근 가장 작은 120리터(190만원) 용량이 제일 많이 팔렸다는 후문. 이 용량은 음료수와 간식류만 겨우 넣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런 탓에 소비자 사이에서는 스메그냉장고를 '간식냉장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메그냉장고는 부엌보다는 거실에 주로 설치해 인테리어 효과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그야말로 '진짜 냉장고'와는 다른 용도의 세컨드 냉장고인 셈이다.
이처럼 최근 '세컨드가전'이 각광받고 있다. 스메그처럼 독특한 디자인에 매혹돼 구입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만으로는 2% 부족한 기능을 메우기 위해 세컨드가전을 찾고 있다.
◆ 김치냉장고부터 아이전용 세탁기까지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세컨드가전이 갑작스럽게 분 바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진화하면서 새로운 마케팅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세컨드가전은 김치냉장고다. 김장철이 되면 대용량의 냉장고를 가진 소비자도 김치 넣을 공간이 부족해 애를 먹는다. 김치냉장고는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김치는 따로 보관하면서 여유있게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특히 채소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기능으로 김치가 가진 고유의 맛을 살려줬다.
이후 세컨드가전 출시가 봇물을 이뤘다. 최근에는 냉동고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육류, 냉동식품 등 많은 양의 음식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일반가정에서도 보조냉장고로 사용하기 좋은 프리미엄 냉동고의 판매가 늘고 있다.
냉동실 용량이 부족한 소비자는 더 큰 냉장고를 새로 구매하는 대신 별도의 냉동고만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아가사랑 세탁기' 역시 새로운 필요에 의해 출시됐다. 2002년에 출시된 이 제품은 최근 들어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 특징. 아가사랑 세탁기는 3kg의 소형 전자동세탁기로, 자주 빨아야 하는 아기 옷을 위생적으로 편하게 세탁할 수 있어 신생아와 유아가 있는 주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삶음' 기능으로 옷감의 세균을 완벽히 제거하고 '베이비케어' 기능으로 헹굼 횟수를 늘려 세제에 민감한 아기 피부를 보호하는 등 아기전용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아가사랑 세탁기는 최근 3년간 30만대가 팔리는 등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세탁기는 아기전용이지만 민감한 피부에 닿는 속옷 빨래 용도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이 세탁량이 적은 1인 가구와 속옷 등 소량의 삶음 세탁이 많은 맞벌이 부부, 드럼세탁기와는 별도로 세컨드세탁기를 찾는 주부들이 증가한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가사랑 세탁기라는 이름과는 별개로 싱글족, 노년층은 물론 속옷 세탁을 위해 찾는 여성층 등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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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