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희 기자
류승희 기자
찍고 발라도 '화장발' 안 받네…실적부진에 '갑을 규제' 불똥 우려

'잘 나가던' 화장품주가 올 들어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주들은 평균 69.84% 상승했다. 물론 종목별로는 편차가 있다.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224.32%(수정주가 기준)나 올랐지만 제닉은 6.35%(수정주가 기준)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하락한 종목 없이 모든 종목이 1년 동안 전년대비 상승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서다. 지난 8월23일까지 아모레G는 연초대비 주가가 -19.4%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한국화장품제조는 -24.03%, 한국콜마홀딩스는 -30%, 에이블씨엔씨는 -52.08%, 아모레퍼시픽은 -26.36%, 제닉은 -39.08%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개중에도 코리아나(1.18%), 코스맥스(10.44%) 등 2개사는 견조한 주가를 기록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화장품회사는 모두 두자릿수의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 넘어 산… 실적부진에 공정위 조사까지

올 들어 화장품주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실적부진 때문이다. 지난 8월13일 에이블씨엔씨는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20억88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것은 2007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은 1029억54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2%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1억9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미샤' 브랜드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가 5년반 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서게 된 것은 국내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지연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이블씨앤씨가 7월 대규모 세일을 진행하고도 영업이익 상승세를 이끌지 못하는 등 이제는 단순 할인행사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며 "화장품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요 참가자들이 대형업체임을 감안하면 단기간 안에 경쟁강도가 완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에이블씨엔씨의 목표주가를 5만60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실적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94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6% 감소했다. 매출은 9.9% 증가한 799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연초 황제주(100만원대) 자리에서 내려온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19일 이후 장중 한번도 100만원대를 터치하지 못했다. 올 들어 주가는 25.04%나 빠진 상태다.

배은영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및 소비 회복세 지연 등으로 인해 내수부문의 실적 모멘텀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매출 및 이익기여도가 높은 방문판매 및 백화점 채널의 부진은 이 회사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사업부문에서는 30% 이상의 매출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설화수·이니스프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또한 오는 11월 에뛰드의 중국 론칭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매장 확대에 따른 투자비용, 광고판촉비용, 인건비 증가 등이 예상됨에 따라 기대 이상의 수익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 및 아세안시장에서의 성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되지만 비용 측면을 고려할 때 실적 모멘텀은 부족해보인다"고 예상했다.

물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코스맥스와 같은 사례가 있기는 하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에 매출액 1073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22%, 27% 증가한 규모다.

추락하는 화장품주, 기사회생 가능할까

◆브랜드숍 규제, 또 하나의 우려 요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을' 논쟁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화장품 8개 가맹본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점도 부담이다.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인 대상은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에뛰드, 토니모리, 스킨푸드, 에이블씨앤씨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 8개 화장품 가맹본부다.

현재로서는 호재인지 악재인지 진단하기 힘들지만 주가에 불확실성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정위는 통상적으로 고발이 접수되면 신고인 조사와 함께 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며 "작년부터 편의점, 제빵, 피자, 커피전문점 등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 확산됐던 각종 출점규제, 영업활동 제한 등의 규제가 화장품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업에 대한 당국 규제안의 변화 양상과 올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참고해 향후 화장품 브랜드숍산업에 대한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짐작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게 봤을 때 ▲가맹점주 영업권 보호를 위한 신규출점 제한 ▲과도한 프로모션 활동과 그에 대한 가맹점주의 비용부담강요 지양 등이 규제내용에 포함되고 과거에 비해 점포 환경개선 등에 대한 가맹본부의 비용분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더불어 브랜드숍에 대한 규제는 후방산업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나 ODM(제조업자개발생산)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화장품 OEM·ODM기업들의 장기 성장잠재력도 한단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과 같이 단순한 브랜드숍간 경쟁심화기에는 단기적인 산업규모 확대에 따라 후방산업 업체들(OEM·ODM)이 오히려 일시적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지만, 전방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 위험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브랜드숍산업의 실적 노출도가 높은 OEM·ODM기업들의 투자 매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주, 내년 돼야 살아날 듯

그렇다면 화장품주는 언제쯤 살아날 수 있을까. 증권업계는 여러 악재로 단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회복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에 반영될 모멘텀들이 올 하반기 이후에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나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2년간 인수한 해외업체들의 매출 정상화와 더불어 이를 통한 자체 브랜드의 해외진출이 하반기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며, 코스맥스의 경우 지난 7월부터 광저우와 인도네시아의 공장이 가동에 들어갔고 내년에는 미국공장도 가동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애널리스트는 한국콜마가 올해부터 베이징에서 이익을 얻기 시작하고 내년에는 광저우에 신규 공장을 짓는 등 중국사업 확장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요 화장품업체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 포진된 성장모멘텀을 감안한다면 이는 기우라고 판단한다"며 "화장품업종에 대한 조정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며 향후 성장성을 감안한다면 매수타이밍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