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전월세 종합대책’이 베일을 벗었다. 전월세 대란이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비장의 카드'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전월세 종합대책은 인위적으로 시장을 통제하기보다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통해 과도한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고, 공공과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등 시장의 수급 조절기능에 의해 임대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세의 월세전환 등 임차시장의 구조적 전환 과정에서 급격한 월세전환으로 서민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월세 세입자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주택매매 활성화 종합세트, 뭘 담았나
지난 8월28일 정부는 관계기관 간 논의와 당정협의를 거쳐 ‘전월세 시장안정을 위한 대응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종합대책에 대해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소득공제 요건완화·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내용이 한데 담긴 '주택 매매 활성화 종합선물세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먼저 취득세율 인하 카드를 내놨다.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현행 2%인 취득세율을 1%로 낮추고 ▲6억~9억원은 현행대로 2% 유지 ▲9억원 이상은 4%에서 3%로 인하하면서 ▲다주택자 차등 세율도 폐지키로 했다.
또한 장기 주택모기지 공급 확대로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 부담을 줄이고, 장기 모기지 소득공제 대상 주택가액 기준도 기준시가 4억원(시가 5억~6억원 상당) 이하로 상향한다.
더불어 무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가 대체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도 과세종료일 기준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한 경우까지 공제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근로자·서민 구입자금 지원도 확대된다. 대상주택 금액기준은 3억원에서 6억원 이하로, 대출한도는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고, 소득요건도 부부합산 45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늘린다. 금리도 현행 4%에서 2.8~3.6%로 낮춰 지원하며, 대출 대상에는 오피스텔도 포함된다.
주택기금에서 1%대의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의 주택구입 지원제도도 도입된다. 주택 구입자와 국민주택기금이 주택 구입에 따른 수익과 위험을 공유하는 조건이다. 수익공유형·손익공유형 2가지 유형으로 시행하며, 우선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2013년 중 3000호 시범사업(수도권·지방광역시)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민·중산층의 전월세 부담완화를 위한 방안도 강화된다. 월세 전환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제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소득공제한도는 현행 연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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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우려 속 긍정적 반응
부동산 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선 취득세율 인하는 현행 취득세율에 비해서는 인하됐지만, 상반기까지 한시감면으로 적용된 취득세율(9억원 이하 1주택 1%,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2%, 12억원 초과 3%)과 비교하면 딱히 인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취득세 감면에 대한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그동안 가장 낮게 적용 받았던 세율만큼 적용해 주지 않았을 때 손해 보는 느낌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상반기 1% 적용을 받았던 6억~9억원 1주택자의 경우 변경안인 2%를 적용하면 세금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011년 이후 한시감면 관행으로 시장의 기대가 한시 감면세율 수준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으나 1% 취득세율 적용구간인 6억원 이하 주택이 전체 주택재고의 94.3%로 혜택 대상이 많다”면서 “기존과 달리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세율을 폐지함으로써 수혜대상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까지 시행했던 취득세 감면세율은 냉각된 시장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단기적 한시 조치인 반면 이번에 정부안으로 확정한 취득세율 수준은 상시제도로써의 지방세수감·담세력 등을 감안해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공유형·손익공유형 모기지 시행에 대해 매각 시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거래가로 매각금액을 산정할 경우 수익공유형은 매각차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조작(업·다운 계약서와 같은 방식)이 가능하고, 손익공유형은 매각차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하거나 손해가 난 것으로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피스텔도 근로자·서민 구입자금 지원 확대 차원에서 대출 대상에 포함됐지만, 취득세율 인하 대상에서는 제외(현행 4%)돼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월세 소득공제 한도 확대는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받게 되면 임대인의 세부담이 늘어나 결국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 오히려 월세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팀장은 “정부가 전월세시장 안정과 매매시장 정상화를 위해 여러 가지 많은 부분을 고민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고 시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가을철 전세난에 선제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야당 반발 만만치 않아 국회 통과 주목
이번 전월세 종합대책 발표 이후 관계자들의 시선은 국회로 쏠리고 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불발돼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강석호 의원은 “지난 6월 국회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리모델링 수직 중축 허용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에 대해 여야가 합의했지만 결국 야당의 반대로 불발된 바 있다”면서 “애써 마련한 후속조치들이 탄력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월세 종합대책의 앞날도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야당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며 ‘전월세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당내에 구성한 것이다.
민주당 전월세 대책TF 위원장으로 임명된 문병호 의원은 “정부가 전월세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부자감세·다주택자 지원정책을 재차 추진하는 것은 '부자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양도세 중과폐지 등 다주택자에게 감세하는 것이 어떻게 집 없는 서민대책보다 더 시급한 일인지, 어떻게 서민 주거안정 대책에 해당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서민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전월세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내놓은 대책인 전월세 상한제와 자동 계약갱신 청구원 도입·임대보증금 최우선 변제금액 상향조정·저소득층에 대한 주택바우처제 실시 등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4·1 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핵심 법안들의 9월 정기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