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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강영구 대표는 엘리트 양돈인이었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하고 부친의 양돈업을 계승, 가업으로 발전시키며 열심히 일했다.
2000년에 돼지고기 후지가 1kg에 1000원을 밑도는 가격 폭락을 경험했다. 이때 엄청난 손해를 봤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단지 돼지만 기를 것이 아니라 최종 완제품(?)인 고기 메뉴를 팔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준비 끝에 막상 고깃집을 차렸지만 그것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었다.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외식업은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이었다.
◇ 맛도 모르고 시작한 외식업, 음식 맛 부실이 점포 부실로…
툭하면 주방장이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그만두었다. 강영구 대표는 축산과 축산유통 분야에는 국내 최고 전문가였지만 음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당연히 음식 질이 문제가 되었다.
질이 떨어지는 음식은 손님의 불평을 사게 되고 곧이어 점포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졌다. 맛없는 식당으로 찍힌 집에 손님이 올 리 없다. 연쇄적으로 적자가 지속되었다. 설상가상 강 대표가 벌였던 다른 사업에서도 거액의 사기를 당하면서 부채를 짊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강 대표 자신부터 음식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음식 평가 기준이 불명확했다. 주방장의 실력을 평가하는 안목에도 한계가 있었다. 주방 인력의 불안정한 근무 행태는 음식 질의 불안정을 초래했다. 이는 점포 이미지 훼손과 내점 고객 축소, 그리고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음식점이 빠져서는 안 될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전반적인 위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무한정>도 마찬가지였다.
◇ 새 메뉴 개발과 홍보 등 전문가 도움으로 점포 콘셉트 강화
음식의 질과 함께 메뉴 구성도 문제가 있었다. 여느 고깃집처럼 <무한정>도 2012년 이전 식사 메뉴로는 한우불고기와 냉면을 판매했다. 냉면은 하절기에는 괜찮지만 가을부터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찬바람 불면 냉면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고깃집의 고민인 점심 메뉴 구성의 공백이 컸다.
강 대표는 평소 구독하던 외식 전문 잡지사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진단 결과, 타 점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불고기비빔밥, 소고기해장국 등을 식사 메뉴로 구성했다. 저렴한 가격대비 푸짐하고 알차게 한 상을 차려낸다는 점이 고객에게 어필했다.
또 누구나 일상에서 먹고 싶어 하지만 기존 식당들이 그다지 흔하게 취급하지 않는 메뉴들이다. 일종의 차별화한 메뉴이자 틈새 메뉴였던 것이다.
이슈 거리로 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블로거가 관심을 갖고 자신의 블로그에 메뉴들을 소개했다. 주마가편 격으로 홍보활동도 강화했다. 강 대표 본인이 육류 전문가이자 경매사라는 점, 양질의 고기를 저렴하게 매입한다는 점 등 <무한정>의 강점을 동시에 홍보했다.
점포 앞에 ‘<무한정>은 맛과 함께 푸짐함을 추구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현수막을 설치했다. 저렴한 가격에 대한 고객의 의구심을 해소시키기 위해 점포 내부에 커다란 P.O.P.도 부착했다.
강 대표의 경력 사항과 ‘저희 무한정은 푸짐함과 함께 맛을 추구합니다’ 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저렴함’이라는 강점을 ‘푸짐함’이라는 키워드로 순화해 부각시킨 것이다.
전문가의 컨설팅에 따라 메뉴 개발과 구성, 홍보 강화 조치를 취하자 효과가 나타났다. 양질의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고객이 차츰 늘어나자 또 한 가지 콘셉트가 먹혔다. 바로 그 전부터 실시했던 한우 무한리필이다.
1인 기준으로 2만2000원에 한우를 무한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에 내점 고객 수가 적었을 때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으나 고객이 증가하면서 신규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수익창출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으니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또 다시 고객을 불러들이는 집객요인으로도 작용했다.
한우 무한리필은 강 대표가 경매사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한우를 확보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그러나 향후 점포 이미지의 업그레이드나 콘셉트 강화 작업 시에는 재고할 필요도 있을 듯하다. 우산은 비가 올 때만 필요한 것이니까.
◇ 메뉴 개발, 시스템 개선으로 고객의 무한한 즐거움 만들 터
메뉴 개선, 홍보활동 강화, 한우 무한리필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방송가 맛집 프로그램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KBS ‘생생정보통’에 방영되면서 <무한정>의 이슈 메뉴와 높은 가격 대비 만족도라는 점포 콘셉트가 널리 알려졌다. 당연히 고객이 급증했다. 선순환 궤도에 제대로 진입한 것이다.
강 대표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의 여세를 몰아 메뉴 구성과 점포 콘셉트를 강화할 생각이다. 얼마 전, 좀 더 나은 고기구이 환경 제공을 위해 참숯과 석쇠를 사용하는 직화구이 시스템으로 개선했다. 구이류 고기의 품질과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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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는 도중 먼지가 발생하거나 잡티가 떨어지곤 했다. 이런 불편을 방지하고 돼지고기 메뉴를 보강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이 메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간장 베이스는 달달한 맛을 살짝 낸다.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주말에는 가족 외식뿐 아니라 학교 어머니 모임 등의 메뉴로도 좋다. 고객층 확대와 매출 증대를 모두 노린 포석이다.
강 대표는 월급을 더 주고 유능한 주방장 구하면 된다는 생각은 어리석다고 단호히 말한다. 핵심 기술은 주인이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강점을 발굴, 그 강점을 살려 새 메뉴를 개발하고 구성해준 전문가들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무한정>을 양질의 한우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만들 생각이다. 맛과 기쁨과 즐거움이 무한한 식당으로 가꾸는 것이 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