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예술품이 배경이 되는 그곳
미켈란젤로도 보티첼리도 여기에선 일상…말보다 감탄이 먼저인 곳

르네상스 하면 이탈리아, 그 중에서도 르네상스 미술의 시작은 피렌체다. 그 화려했던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선, 미켈란젤로도 보티첼리도 일상 안에 있다. 말보다 감탄이 먼저인 곳, 피렌체로 간다.

◆피렌체 중심에 두오모가 있다

피렌체를 어찌 다 이야기할까. 말을 하자니 끝이 없고, 하지 말자니 아쉽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 될지언정 맛이라도 봐야겠다.

피렌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두오모(Duomo) 성당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좀 한다' 하는 곳마다 '두오모'가 있으니 헷갈릴 만도 하다. 사실 두오모는 성당 고유의 이름이 아니라 건축양식, 즉 돔(dome)형을 뜻한다. 어원인 라틴어는 '도무스'(Domus)로 '집'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반구형 지붕을 가진 대성당들의 별명인 셈이다. 그래도 역시 '두오모' 하면 피렌체의 그것이고, 정식 명칭을 소개하자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 되시겠다. 뜻은 '꽃의 성모 교회'로 이름처럼 아름답고 감동이 남다르다.

두오모의 첫인상은 강렬한 우아함이다. 이탈리아 특유의 유쾌함과 유명 관광지가 주는 왁자지껄함이 더해진 시장통을 벗어나 골목을 몇 번 돌면 갑자기 눈앞에 하얀 대리석 성당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지나온 피렌체의 골목길도 좋았지만 턱 펼쳐지는 두오모의 광경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다른 빛깔을 지녔다. 눈이 번쩍 뜨이는 하얀 대리석이 파란 하늘 아래 자태를 드러낸다. 지도를 보며 숨차게 걸어온 탓, 최대 높이 106m로 고개를 바짝 들어 올려 보아야 하는 탓, 정교한 조각과 장밋빛과 녹색의 무늬가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탓에 입은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잠시 할 말을 잃고 눈만 껌벅이게 된다.

과연 그렇다. 1296년부터 140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이 성당만으로도 피렌체에 올 이유가 충분하다. 붉은 돔인 '쿠폴라'의 464개 계단을 따라 꼭대기에 오르면 피렌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당의 내부는 의외로 단순하다. 프레스코화인 <창세기>, <최후의 심판> 등의 중세미술과 아름다운 아치가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외관에서 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성당 밖 두오모 광장은 언제나 붐빈다. 사람들은 이 대단한 건축물을 벤치 삼아 다리도 쉬고, 물도 마시고, 멍청히 시간을 때운다. 건너편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은 '천국의 문'이라는 기베르티의 필생의 작품이다. 그렇다. 피렌체에 오면 시대의 예술품들이 그저 배경이 된다.

두오모성당의 쿠폴라
두오모성당의 쿠폴라

◆미술관이 된 사무실, 우피치

광장을 지나다 보면 익숙한 청년 하나가 서 있다. 교과서에서 보던 그 유명한 다비드상이 눈앞에 있다. 작품을 보는 거리에 따라, 해가 지나가는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걸작은 걸작인가 보다. 놀이동산에서나 보던 모조품을 실제로 보니 여간 설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또한 진품은 아니라 한다. 하긴 비둘기들이 저렇게 화장실로 사용하니 조치를 취해야 하긴 했겠다.

눈요기는 이쯤하고 진짜 보물들을 만나러 우피치(Uffizi) 미술관으로 간다.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의 긴 행렬이 출입구를 안내한다. 미술관은 특별히 멋을 내지 않았고 마치 오래된 학교 건물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원래 피렌체 공화국의 행정국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탈리아어 'Uffizi'(우피치)의 뜻은 '사무실'이다. 이 사무실 속을 채운 작품들은 그야말로 세기의 걸작들! 단순한 구조 안에 눈을 뗄 수 없는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어 오히려 이곳만의 대단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이런 거장의 작품들을 시간이 없어서 다 못 보는 호사를 누린다. 전시실을 연결하는 복도에는 그 시대의 조각품들이 줄을 서 있는데 어떻게 대리석으로 저리 섬세한 묘사를 했는지 경탄을 멈출 수가 없다. 다른 유명한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우피치 미술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하루가 턱없이 모자라다. 시간이 없는 여행자라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 둘러보는 것이 '감상 후 피로'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베키오다리
베키오다리

두오모 광장
두오모 광장

◆단테의 다리, 베키오

우피치 미술관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면 독특한 다리 하나가 보인다. 지붕이 있는 다리인데 멀리서 봐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름은 베키오다리(Ponte Vecchio). 마침 미술관 복도 끝이 이 다리로 연결돼 있다.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을 볼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이곳으로 지나가게 된다. 베키오는 1345년에 건설해 로마시대 마지막 다리가 됐는데 원래 이곳엔 푸줏간, 대장간, 가죽 처리장 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593년에 페르디난도 1세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철거시키고 금은세공품 상점이 들어섰다고 한다.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다리 위 상점의 상당수가 금은세공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로맨틱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이곳은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물쇠 서약'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에서, 연인들은 사랑을 맹세하고 자물쇠를 채운 뒤 열쇠를 강물에 버린다. 다리 주변으로는 거리의 미술가들과 기념품점이 있고, 다리를 건너면 상점과 식당, 카페, 숙소 등이 자리 잡고 있어 골목 여행의 맛이 난다.

다시 말하지만 피렌체는 이 정도로 어림없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일주일 이상 넉넉히 머물라고 권하고 싶다. 이곳에서 르네상스에 취해보고, 맛있는 이태리 음식과 여행지의 분주한 흥분에 빠져보고, 세계적인 걸작을 배경 삼아 스냅샷을 찍는 허세를 누려보게 되길 바란다. 이곳 피렌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여행 정보]
 
<한국에서 피렌체 가는 법>

1. 항공
인천공항-피렌체공항: 한국에서 직항은 없으며 주변국을 경유하여 갈 수 있다. 특히 프랑크프루트에서 가까운 편으로 프랑크프루트에서 저가 항공을 이용하여 갈 경우, 피사로 입국하여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보고 피렌체로 가는 방법도 있다.
우리에겐 '피렌체'라는 지명이 일반적이지만 항공권이나 호텔을 검색할 때는 영어식 표기법인 '프로렌스(Florance)'로 해야 쉽다.

2. 기차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기차를 타고 피렌체를 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탈리아 철도청 사이트에서 기차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http://www.trenitalia.com
산타 마리아 노벨라 중앙역 하차
 
● 피렌체 여행 정보
통화 : 유로화
기온 : 최저(1월) 1도 ~ 최고(7월) 32도
여행 최적기 : 4~6월, 9~10월

● 두오모
- 입장료 : 무료
- 개장시간 : 오전 10시~오후 5시(목요일 3시30분까지, 일요일 오후 1시30분~오후 4시45분)

● 우피치 미술관
http://www.uffizi.com/
- 10유로(예약할 경우 수수료 4유로 추가. 줄을 서지 않고 예약자 게이트로 입장할 수 있음)
- 개장시간 : 오전 8시15분~오후 6시50분

<음식·선물용 식품>
레몬첼로 : 식사 후 차갑게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술로 소화 촉진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달콤하지만 알코올도수 30~40도로 상당히 독한 레몬술이다. 스트레이트나 언더락으로 마시고 칵테일 재료로도 좋다. 가격도 저렴해 예쁜 병 안에 담아놓은 레몬첼로를 선물용으로 사가기 좋다.

에스프레소 커피 : 에스프레소의 나라답게 피렌체에는 오래된 카페들이 많이 있다.

질리(Gilly) 카페 : 피렌체 대표 카페 중 하나로 100년이 넘은 전통을 자랑하듯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커피 잔이 멋스럽다. 광화국 광장(Piazza della Republica)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으며 실내와 노천 중 원하는 곳에 자리 잡고 커피 뿐 아니라 빵과 스낵, 식사도 가능하다.

파스타와 피자 : 파스타의 고향 이태리에 왔으니 다양한 파스타를 맛보도록 한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페스토 파스타나 토르푸 버섯 등을 이용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다.

훈제고기와 치즈 : 푸로슈토, 하몽, 살루미 등 한국에서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훈제 고기와 치즈를 파는 식료품점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특히 피렌체에는 유명한 재래시장인 산 로렌조 마켓(San Lorenzo Market)이 있어 이곳에서 다양한 선물용 식품도 구매하고, 여행 중 먹을 간식도 챙겨갈 수 있다.

<숙소>
Valdirose : 피렌체로부터 기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Lastra a Signa에 자리잡은 그림같이 예쁜 호텔이다. 주인 내외는 숙소를 운영하고, 딸의 부모는 빵을 굽고, 텃밭을 일궈 잼이나 술을 만든다. 이것으로 매일 아침 특별한 조식을 맛볼 수 있다.(숙박비, 조식 포함)
[email protected] / Via Valdirose, 35-50055 Lastra a Signa-Firenze / +39 055 8724608
Hotel Nazioale : 피렌체 노벨라역에서 가깝고, 두오모 성당과 가까운 위치상의 이점이 있어 늦게까지 피렌체 시내를 배회할 수 있다.
http://www.nazionalehotel.it / Via Nazionale, 22 Firenze / +39 055 2382203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