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종신보험 해지하고 암보험은 유지… 소득수준 따라 연금상품 선택

'짝' 없는 싱글이 위험하다? 핀란드의 투르쿠대학 연구팀이 35세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 중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ute cardiac syndromes: ACS)의 발생사례를 분석한 결과 싱글족들은 결혼했거나 동거인이 있는 이들에 비해 ACS 발생률이 60%가량 더 높았다. 남성은 ACS 발생률이 58~66%, 여성은 60~65% 더 높았다.
연구팀은 결혼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사회적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짝'이 있으면 질환이 발생했을 때 주변인들로부터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평상시에도 주변 권유에 의해 병원에 더 자주 다녀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짝 없는 싱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이지만 '스스로' 잘 챙겨야한다. 병들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지는 노후를 대비한 보험 울타리도 더욱 튼튼하게 쌓아야 한다. 이미 다수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해도 안심은 금물. 실제 보장내역이 탄탄한지, 예상 연금금액은 적정한지 판단해보는 게 필수다.


올해 40대에 접어든 싱글 K씨의 사례를 통해 싱글들을 위한 보험설계의 원칙에 대해 짚어봤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로부터 싱글족의 보험구조조정 포인트를 알아본다.
 
<싱글족의 보험 구조조정 ABC>
 ※ K씨의 보험 포트폴리오 내역
 보장성 보험
 - 종신보험(2002년 가입, 20년납, 월 납입보험료 7만7700원)
 - 암보험(2006년 가입, 20년납, 월 납입보험료 3만8000원)
 저축성 보험
 - 연금저축보험(2008년 가입, 10년납, 월 납입보험료 10만원)
 - 변액연금보험 (2011년 가입, 10년납, 월 납입보험료 15만원)

K씨는 금융 민감도가 남다른 '스마트 싱글'로, 보험도 여러 겹의 울타리를 쳤다. 2002년 종신보험에 가입해 전체 납입기간 20년 중 10년 이상의 보험료를 이미 납부했다. 치명적인 질병 발생에 대비해 암보험에도 별도 가입했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실적에 따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변액연금보험과 공제혜택이 있는 연금저축보험에도 각각 가입했다. 이 정도면 보험포트폴리오상 상당부분 구색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보험료 대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① '매력없는' 종신보험에 미련 갖지 마라

종신보험은 사망보장기간을 정하지 않고 보험대상자가 사망 시에 약정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주는 보험이다. 자신의 사후 남은 가족들에게 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한 것. 대개 싱글에게는 필요성이 덜하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보험이라면 해지하는 것이 답. 그러나 K씨의 경우 전체 납입기간 20년 중 10년 이상을 이미 납입한 데다 입원·수술 특약 등을 유지하고 싶어 해지를 망설였다. 때문에 해지 대신 보장을 줄이는 감액완납도 검토해봤다.

하지만 송승용 이사는 과감한 해지를 권했다. 이미 10년 이상 납입했지만, 앞으로 10년 가까이 납부할 금액이 1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약도 뜯어보니 보장내용이 부실했다. 이를테면 수술 시 수술종류에 따라 20만원, 50만원, 100만원을 지급하는데, K씨의 경우 지난 10년여 동안 한번도 수술을 한 적이 없다.


송 이사는 "확률적으로 수술이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닌 데다 혹여 그런 위험이 닥친다 해도 매년 내는 보험료가 100만원에 달하는데 그 돈을 모아 의료비를 부담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설명했다.
 
② 오래된 암보험은 깨지 마라

K씨가 가입한 암보험은 월 3만원대의 보험료를 20년간 납입하면 8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1회에 한해 일반암 확정 진단을 받을 경우 4000만원을 보장한다. 급성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2대질병 진단 시에는 3000만원을 보장한다.

이 상품에 대해 송승용 이사는 '유지'를 권했다. 이 보험은 2006년 가입한 보험으로 현재 출시된 암보험 상품에 비해 보험료 대비 보장내용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송 이사는 "과거 암보험은 어떤 암에 걸리더라도 고액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갑상선암 등 발생빈도가 높은 암의 보장이 5분의 1 정도로 축소됐다"며 예전 암보험의 해약은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암보험의 경우 갱신형인지, 비갱신형인지 여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주로 갱신형(3·5년) 상품이 많은데, 갱신형은 가입초기에는 비교적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암 발생확률이 높은 55세 이후에는 보험료가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③ 싱글 보장의 기본은 실손의료보험

실손의료보험은 질병이나 재해에 관계없이 실제 발생한 의료비의 최대 90%까지 보장하는 상품이다. 또 올해 초 단독실손의료보험이 출시돼 저렴한 보험료로 사소한 사고부터 중대한 질병까지 다양하게 보장받을 수 있어 싱글들에게 기본적으로 추천된다.

K씨처럼 실손의료보험이 없다면 먼저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 만일 이미 발생한 질병 등으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어렵다면 별도의 '의료비 통장'을 만드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10~20년간 낼 보험료를 별도의 통장에 저축하라는 것. 이러한 의료비통장으로는 강제저축이 될 수 있는 연금상품이나 적립식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일반적금통장도 의료비통장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적금은 만기가 길지 않아 중간에 자금이 흩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더불어 보험구조조정 과정에서 돌려받게 되는 해약환급금이 있다면 이 또한 의료비통장에 함께 넣어서 은퇴 이후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④ 연금보험, 소득에 따라 금액 올려야

소득공제를 받는 연금저축이나 비과세 혜택이 있는 연금보험은 소득수준이나 절세목적 등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연금저축은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시 400만원 한도로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유용하지만,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세(3.3~5.5%)를 내야 한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연금보험은 10년 이상 보유하면 1인당 2억원 이하의 경우에 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이러한 연금보험 운용의 핵심은 소득의 증대에 따라 납입금액을 늘려가는 것. 송 이사는 "가령 20~30대에 적은 소득에 맞춰 월 10만~20만원씩 불입하도록 가입한 보험이 있다면 약정기한까지 동일한 금액만 납부하지 말고 소득이 늘어날 경우 불입금액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존 보험에 추가납입을 해도 좋고 투자성향에 따라 공시이율 상품이나 변액형 상품을 선택해 신규 가입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