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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세대 가릴 것 없이 행복 찾아 "GO"… 지난해 1.5배 등 매년 급증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사람도 기회를 따라 이동한다. 물은 장애물을 만나 잠시 정체할 때도 있지만 결국 하류로 향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흐름을 이끄는 힘은 돈·권력·자원이다. 오늘날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도시 인구 집중현상이 바로 이 장력 때문이다.
이런 도시 인구 집중현상에 점차 균열이 일고 있다. 자연 속 마을이 뿜어내는 새로운 장력이 등장해서다. 이로 인해, 도시의 편리성과 문화생활만이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고 여겨왔던 사람들이 대도시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농촌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U턴 ▲귀향까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중소도시로 회귀하는 J턴 ▲도시민이 농촌으로 이주하는 I턴으로 정리되는 귀농·귀촌을 결심한 까닭은 뭘까.
◆귀농·귀촌 매력이 뭐길래
찰리 채플린은 영화 <모던타임즈>를 통해 기계식 생산 공정 속에서 인간이 부품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돌아가는 기계에 따라 쉼과 출퇴근이 정해지는 단순하고 답답한 일상이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을 옭아매는 사회 구조에 염증을 느끼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길 바라면서 대도시가 아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 이들에게 귀농·귀촌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수단이자 강박에서의 ‘탈출구’인 셈이다.
특히 퇴직 후 나이가 60세를 넘은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 젊은 축에 속하는 자신을 위해 ‘인생 제2막’을 귀농·귀촌으로 펼치고자 하는 성향이 짙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이 귀농·귀촌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귀농·귀촌은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도 로망으로 여겨진다. 성공을 추구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매력이 점차 사라지면서 이 같은 성향이 공감대를 키우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고 월급쟁이로 사는 것보다 대도시 생활을 벗어나 여유롭게 사는 새로운 인생 설계만으로도 이들은 행복감을 드러낼 정도다.
건강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도 귀농·귀촌은 예외의 대상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아토피가 심한 아이를 위해 도시를 벗어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 아니라 도시의 탁한 공기를 마시지 않고 자신의 건강을 위한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행복을 귀농·귀촌에서 찾으려는 이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년 전 제주도로 귀촌을 한 임모씨(52)는 “서울에서 자연을 찾으려면 2~3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현관 밖이 바로 자연”이라며 “20년 넘게 다녔던 직장을 버리고 이곳으로 올 때는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오고 나서야 삶의 행복을 찾은 것 같다”고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얼마나 대도시를 떠났나
대도시 생활을 버리고 귀농·귀촌으로 인생을 설계한 사람들의 수는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의 두배를 넘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을 결심하고 행동에 옮긴 경우는 2만7008가구였다. 1만503가구였던 전년보다 1만6505가구나 증가했다. 2010년에는 4067가구가 대도시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린 것으로 보아 귀농·귀촌 가구는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3만명에 가까운 가구가 귀농·귀촌을 실행에 옮긴 것을 두고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이 쉽다고 판단해도 될까. 또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아무런 준비 없이 귀농·귀촌을 했다면 다시 대도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는 돌아갈 곳이 없는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귀농·귀촌을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금전적인 문제나 현지에서의 지속적인 수입 여건 부족 등으로 인해 허황된 꿈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때문에 귀농·귀촌은 철저한 준비를 거쳐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진석 제주귀농귀촌협동조합 이사장은 “귀농·귀촌은 주택 및 일자리 마련을 비롯해 정부가 진행하는 관련 교육 등을 확실히 받는 것이 필수”라며 “남들 얘기만 듣고 결정을 내렸다간 귀농·귀촌이 답답한 시골생활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