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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니 커다란 인디언 텐트가 있다. 긴 나무를 원뿔 모양으로 세워 천을 씌운 모습이 진짜 인디언의 작품인 듯 자못 진지하다. 이미 도착한 이웃 텐트들은 알록달록 가랜드와 바람개비로 장식했다. 해먹을 흔드는 아이들 모습과 뒤늦게 도착한 캠퍼들의 집 짓는 소리가 캠핑의 흥분을 슬슬 끌어올린다.
어디선가 커피향이 솔솔 난다. 냄새를 따라가니 생두 로스팅 체험과 함께 페이퍼 드립 커피를 시음 중이다. 캠핑장에서 마련한 이벤트라고 한다. 그 뒤로는 초록색의 예쁜 컨테이너 숍이 있다. 마침 잘 됐다. 추워진 날씨에다 캠핑장의 밤기온을 예상하지 못하고 온 일행은 두툼한 오리털 점퍼 한벌을 입고 나온다. 덕분에 동사를 면했다며 멋쩍게 웃는 그녀는 커피 테이블에 슬쩍 끼어 커피 한잔을 마신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부모님 따라와서 따분해 하는 아이들은 비행기체험, 양초 만들기, 페이스페이팅 등 때마다 달라지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텐트 치고 밥 짓느라 수고한 어른들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이웃 캠퍼들과도 몇마디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분위기라면 ‘옆 사이트와 싸움이 났더라’는, 흔한 캠핑장의 다툼 같은 건 애초부터 없을 듯싶다.
이 캠핑장에서는 할로윈 이벤트, 생맥주 파티 등 계절마다 새로운 이벤트와 즐거움을 제공한다. 귀가 길에 여행지 한군데쯤 둘러보고 싶다면 이 또한 캠핑장에 문의하면 된다. 근처의 홍천장이나 수타사, 마리소리골박물관 등 볼거리에 대한 정보와 함께 여러가지 캠핑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캠핑장은 캠핑용품을 대여해 준다. 덕분에 준비가 부족한 캠퍼에겐 구세주 같은 존재이고, 장비가 전혀 없는 여행자도 캠핑 체험이 가능하다. 한편 이것을 잘 이용하면 지혜로운 쇼핑을 할 수 있다. 고가의 장비를 덜컥 구입하기에 앞서 미리 사용해 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지, 꼭 필요한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 요즘은 대여뿐 아니라 판매숍도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소모품이나 캠핑 필수품, 차와 커피, 간단한 의류 등을 판매한다.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현지에서의 바가지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고 보니 캠핑장도 ‘원스톱’이다. 이벤트와 체험 프로그램, 여행 상담, 물품대여와 구입까지…. 이러니 캠핑족이 날로 늘어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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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소리골 박물관 |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도저히 나올 것 같지가 않다. 캠핑장에 문의해 둘러보기로 한 곳은 마리소리골박물관.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산은 점점 더 깊어지고, 박물관이란 게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길을 잘못 온 게 아닌가 몇번이나 의심하고 돌아가려 할 때쯤 개천 건너 하얀색 건물 하나가 보인다.
숲의 물소리로 귀를 씻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편종·편경·운라다. 조선시대에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등 왕실음악에 쓰였던 악기라고 하는데, 과연 위엄이 느껴진다. 선생님께서 악기 설명을 해 주시며 소리를 들려주는데 최고의 악기답게 울림도 크고 넓다. 편경은 ‘경석’으로 만드는데 옥돌의 일종이라고 한다.
이 재료와 악기가 얼마나 소중했냐면, <대전통편>에 나와 있기를 전쟁이 나면 편경을 가장 먼저 숨겼고, 파손한 사람은 장 100대에 3년 유배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들어서인가. 소리가 부드럽고 넓게 퍼지는 것이 이 이상 고매하고 품위 있는 소리가 없을 것만 같다. 편종은 크고 우렁찬 소리가 난다. 편경이 온화하고 여성적인 느낌이라면 편종은 남성적이다. 운라는 음이 높고 맑다. 이들 악기는 제작비용도 엄청나고 실제 연주가 가능해 큰 행사가 있을 때는 귀하게 쓰인다고 한다.
이제 겨우 입구를 봤을 뿐인데 감동이 남다르다. 이곳은 2011년 한국전통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국악기 박물관으로 한 사람의 기부로 시작됐다. 서원대학교 이병운 교수가 작업과 휴식에 사용하던 부지를 내 놓았고, 인간문화재 및 명인들이 사용하던 악기와 장인들로부터 기증받은 악기들로 박물관을 채웠다. 국악기 70여점, 서양악기 30여점을 전시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본질에 충실을 기했고 짜임새가 있다.
잘 알려진 가야금, 거문고, 아쟁, 나팔, 태평소 같은 악기는 물론 훈, 나각, 양금, 생황, 철현금 등 잘 몰랐던 악기들도 있다. 특히 철현금은 거문고와 기타의 특성을 살려 만든 하이브리드 악기라고 하는데 현대에 개발된 국악기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첼로, 바이올린, 기타 등 서양악기 전시로 국악기와 비교해 보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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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판매숍 |
◆가슴이 뻥 뚫리는 사물놀이
하이라이트는 사물놀이연주다. 선생님의 지시에 맞춰 꽹과리, 북, 징, 장구의 장단을 연습해 본다. 이게 어디서 많이 듣던 박자다 싶었더니 딱 ‘3.3.7 박수’다. 그러니까 응원할 때 치던 337 박수가 우리 음악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거다. 단순한 네 마디의 반복인데 여기에 강약을 넣고,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니 하나도 같은 게 없고 신명이 절로 난다. 처음엔 다른 악기와 헷갈리지 않고 자기 것을 치는 게 어려워서 어깨가 딱 굳어 있었는데, 합주를 하는 동안 금세 익숙해진다. 이젠 꽹과리 치는 선생님과 눈을 맞추며 정박도 엇박도 신나게 두드린다.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혔는데 이미 모두가 흥분한 탓에 연주는 끝날 줄을 모른다. 속이 후련한 것이, 이런 게 핏속에 흐르는 우리민족의 흥인가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듣고 체험하니 우리 음악이 더 가깝고 친밀하게 다가온다. 처음엔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박물관이 의아했는데, 떠나올 때는 숲과 물과 우리 악기의 어울림으로 그 이상의 조화가 없었겠다 는 생각이 든다.
1박2일이 참 다채롭다. 하루는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커피를 마셨고, 하루는 우리 악기를 보고 듣고 연주했다. 캠핑은 재미있었고, 음악은 후련했다. 더 이상 채울 것이 없는 뿌듯함이 또 다음 주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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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체험 |
[여행 정보]
● 홍천 엘림캠핑장 가는 법
[승용차]
올림픽대로 - 서울춘천고속도로 미사IC - ‘외삼포리’ 방면으로 우회전 - ‘서석면’ 방면으로 좌회전 - 구룡령로 - ‘동면, 공작산’ 방면으로 우회전 - 당무로 - 군들길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엘림 캠핑장: 검색어 ‘홍천엘림캠핑장’ /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군업리 345-1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검색어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마리소리길 207
< 여행지 주요정보 >
홍천 엘림 캠핑장
www.elimcamp.com/ 033-432-1632
사이트 이용료(1사이트 1박): 성수기 3만5000원 / 비수기 3만원
4인 가족 풀세트 대여와 캠핑장 이용료: 1박2일 13만원 / 2박3일 21만원
미리 예약하면 홍천 화로구이를 캠핑장에서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다.
마리소리골 악기박물관
033-430-2016, 033-430-2359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당일 휴관)
입장료: 무료
< 주변 여행지 >
수타사: 공작산에 위치한 신라의 천년고찰로, 성덕왕 7년에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다. 월인석보, 사천왕상, 후불탱화 등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입구에서 수타사로 이어지는 계곡이 아름답다. 캠핑장으로부터 가장 가깝게 위치한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http://www.sutasa.org / 강원도 홍천군 동면 덕치리 9 / 033-436-6611
홍천장: 캠핑장 근처에서는 오일장이 열린다. 날짜가 맞는다면 시골장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운 체험이 될 것이다. 특히 3마리에 1만원짜리 통닭이 유명하다. 날짜는 끝자리 1일과 6일이고 장소는 홍천읍 신장대리 일대다.
< 음식 >
홍천가든화로구이: 30년 전통의 돼지갈비와 소금구이 전문점이다. 화로구이뿐 아니라 닭백숙, 해장국, 막국수 등이 있다.
홍천화로구이(200g) 1만2000원 / 소금구이(200g) 1만2000원 / 한우꽃등심(170g) 3만2000원 / 닭백숙 5만원 / 막국수 6000원
http://www.홍천가든.kr /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 703-2 / 033-434-8591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