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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을 하는 인구는 500만명이 넘는다. 무급의 가족종사자까지 합치면 무려 1000만명 정도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의 장사꾼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월 100만원의 수익도 못 내는 자영업자가 전체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2년 이내 폐업률’은 소매업이 32%, 음식업이 28%다. 즉, 3명 중 1명 꼴로 2년 이내에 사업을 접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기원하며 장사를 시작하지만, 사장(社長)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장(死藏)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꼭 해야 하지만 어려운 일이라면 나보다 먼저 이 일을 했던 선배에게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들의 조언이 우리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실패할 확률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목한 책이 바로 <한국의 장사꾼들>이다. 100억대 부자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한국의 슈퍼리치>의 저자 신동일이 이번에는 한국의 이름난 장사꾼들을 만났다. 저자는 무려 17명의 장사꾼들을 만나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들의 살아있는 성공 노하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장사꾼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하는 것은 안 한다’는 것이다. 먹고 싶은데 안 먹고, 자고 싶은데 안 자고, 놀고 싶은데 안 놀고, 쉬고 싶은데 안 쉬고, 쓰고 싶은데 안 쓴 것이다. 주범수·강금례 부부는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다. 처음 통닭집을 시작했을 때 남편 주 사장은 직장에 근무했었는데 퇴근하면 12시까지 쉬지 않고 배달을 했다고 한다. 최고 월 순수익 1억 원을 올린다는 오백집왕족발 강훈 사장은 창업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술·담배 다 끊고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장사에 매진할 수 있냐는 것이다. 강 사장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드는 고단한 생활을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선배 장사꾼들의 이야기는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장사에 성공하려면 그 외의 개인적인 삶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말이다. 과연 그것이 행복한 삶인 것인지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선택이었을 뿐 꼭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장사를 시작하려면 다음 두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번째는 경쟁자들이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들의 노력을 따라잡기 위한 준비가 돼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라워카페의 고인규 사장은 고깃집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접객부터 주방관리까지 배웠고, 3년간의 창업준비 끝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웃어밥의 최성호 대표는 장사를 함께할 멤버들을 모은 뒤 각자 양식, 한식 등 다양한 음식점에 흩어져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가 만난 각 분야에서 잘한다 하는 장사꾼들은 가게를 열기 전에 짧게는 1년, 길게는 3~5년까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유명한 장사꾼들을 직접 인터뷰한 이후 그들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최고의 장사꾼은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불안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고달픈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그저 돈을 좇아 장사를 시작하는 초보 장사꾼들에게 이 책은 더 없는 귀감이 될 것이다.

신동일 지음 | 리더스북 펴냄 | 1만6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