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어느 토요일, 만둣국을 주문하면 한우 불고기까지 주는 새로운 콘셉트의 외식업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절구만두>다. ‘한우불고기 주는 손만두점’이라고 크게 적은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 만둣국 주문하면 한우 불고기까지

<절구만두>의 주인장 제갈 한덕 씨는 제갈량의 65대손이라고 한다. 만두(饅頭)에 대한 기원이 ‘삼국지’의 제갈량에서 연유했다는 설을 이곳의 스토리텔링 요소로 사용했다. 
한우 불고기 주는 만두집 주인은 제갈량 65대손
▲ 절구만두 사진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재미있는 발상이다. 즉 제갈량이 개발한 만두를 그의 65대 후손이 동방의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모양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신발 책임집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흔히 외식업소에서 신발은 알아서 책임지라는 문구보다 훨씬 고객 지향적이다. 이곳이 손님 중심의 개념 있는 좋은 식당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이 집은 가게 안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직접 만두를 빚어 사용한다. 그곳을 ‘어머니의 만두공장’이라고 이름을 붙여 더 정감이 간다. 

알고 보니 주인장의 어머니와 장모님이 각각 아들과 사위를 돕기 위해 직접 만두를 만들고 있었다. 두 분 어머니가 자식 위하는 마음으로 만든 만두여서 그 맛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매장을 둘러보니 다른 한 편에 디저트용 보리강정, 미숫가루 슬러시, 원두커피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준비해뒀다. 주인장의 인심 또한 푸짐함이 느껴졌다.

◇ 수제 만둣국과 한우 불고기가 9000원

우선 접시 만두(6000원)를 주문했다. 수제 만두 8개를 방짜유기에 담아 내왔다. 만두를 방짜유기에 내는 곳은 흔치 않다. 일부 고급 평양냉면 전문점에서 만두를 일반 접시가 아닌 유기에 담으면 훨씬 가치 있어 보이곤 했다. 

만둣국과 한우 불고기를 같이 제공하는 세트(9000원)도 2인분 주문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대부분 이 메뉴를 먹고 있었다. 이 집의 간판 메뉴다. 유명 평양냉면집에서 만둣국 한 그릇을 1만원에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아주 높다.


만둣국은 충분히 맛이 있었다. 고기 비중이 높은 만두소는 실팍하고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풍부했다. 한우 마구리뼈와 채소를 넣고 육수를 냈는데 풍미가 깔끔하다. 아주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충분히 먹을 만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속이 단단한 만두를 선호한다. 

그런 필자의 취향에 맞고 다소 평양만두 느낌도 난다.
여기에 한우 불고기가 나온다. 1인분에 순수 고기 무게로 80g씩을 제공한다. 불고기 육수에 달걀도 마음껏 넣을 수 테이블에 놓아 만족도를 높였다. 달걀을 좋아하는 고객에겐 즐거운 일이다. 불고기는 즉석 양념이어서 슴슴한 편이다. 

불고기만 따로 먹어도 괜찮은 맛이다. 만둣국과 한우불고기를 9000원에 모두 즐길 수 있어서 고객 입장에서는 아주 착한 구성이다.

불고기 육수는 언제나 맛있다. 여기에 만두를 넣어보았다. 불고기와 만두는 아주 훌륭한 조합이다. 한우 불고기에 만둣국까지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특히 여성 고객의 선호도가 높을 것 같다. 사무실 인근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무조건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할 것 같다. 오픈한지 불과 한 달이 채 안됐지만 여성 고객이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 고객이 좋아할 만한 만족도 높은 식당
디저트인 보리강정은 한번 먹으면 손이 계속 가게 된다. 날씨가 추웠지만 구수한 미숫가루 슬러시를 안 마실 수는 없었다. 여성 고객은 원두커피로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9000원에 제대로 끓인 만둣국과 한우 불고기, 맛깔스러운 디저트 3종까지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가격 대비 만족도는 무척 높았다. ‘만두와 불고기’는 매우 현명한 음식 구성이다. 외식콘셉트 기획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아주 절묘한 콘셉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 대표는 경기도 가평에서 <설악한우마을>도 같이 운영한다. 손님 입장에서 참 좋은 식당을 한 곳 만든 것 같다. 가만 보니 제갈 대표의 인상에는 제갈공명다운 기상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제갈량은 머리도 탁월했지만 품성도 아주 훌륭한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