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가 밝은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주식시장은 엔저로 인해 들썩였다. 새해 첫 장이었던 지난 2일 코스피지수는 44포인트 넘게 빠지며 하루만에 2010선에서 1960선까지 밀려났다. 하락세는 다음 날까지 이어져 3일에도 2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1940선으로 물러났다.
적어도 새해 첫주에는 증시가 상승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꺾어버린 원인 중 하나는 엔저다. 엔화 약세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정부가 정책적으로 엔화 약세를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현재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 한다. 글로벌경기 회복이 신흥국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엔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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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정부가 정책을 거둬들이지 않는 한 엔화 약세는 이어진다고 봐야하는데 현재 엔저로 인해 실물경제가 살아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형민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현재 선진국시장 위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엔저 지속을 전망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자국통화를 이용한 일본의 경제살리기 정책은 정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엔저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엔저는 올 한해도 국내증시 상승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엔화 약세가 국내 주식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를 기회 삼아 수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바로 일본에 투자하는 것이다.
◆엔저 덕분에 웃는 일본펀드
지난해 말 엔/달러 환율은 105.32엔으로 2012년 말보다 21.4% 올랐다. 일본증시의 닛케이지수도 한해 동안 57%나 급등했다. 이 덕분에 일본펀드 역시 지난해 기초자산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좋은 성과를 올렸다.
특히 최근 1년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우리자산운용의 '우리일본스몰캡증권투자신탁'으로 지난 6일 기준 55.5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닛케이지수 상승률과 맞먹는 수준이다. '우리일본스몰캡증권투자신탁'은 펀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스닥(JASDAQ)과 TSE(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이 7000억엔 미만인 중소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신한BNPP봉쥬르일본알파증권자투자신탁(H)[주식](종류A 1)'과 'KB스타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A'도 각각 49.54%, 47.1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임승관 KB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 부장은 "KB스타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이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엔화 약세지만 운용전략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의 운용방법은 크게 주가지수선물에 투자하는 것과 해당지수에 상장된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있는데 'KB스타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은 주가지수선물에 투자하는 전략을 활용해 환노출을 최소화한 점이 수익 극대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임 부장은 "해외주식형펀드의 경우 종목 선정을 잘해서 해당종목이 높은 수익을 내더라도 환율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정작 펀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설정된 지 1년이 채 안된 일본펀드들의 성과도 우수하다. 지난해 5월 설정된 '하이일본1.5배레버리지증권자투자신탁H[주식-파생재간접형]'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지난 6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이 18.43%이며, 3개월 수익률은 이보다 높은 24.12%다. 주가가 오를 때 1.5~2배 정도 수익을 더 내는 레버리지 전략을 활용하다보니 일본증시가 급등한 지난해 좋은 성과를 냈다.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엔/달러 환율변동에 노출돼 있는 만큼 일본펀드에 투자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전략이 필요하다. 김형민 팀장은 "일본펀드 투자전략으로는 목표수익률을 세우는 방법과 환매할 엔/달러 환율 가격을 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문가들의 엔/달러 환율 전망을 살펴보고 적절한 시기를 목표로 잡는게 좋은데 현재 엔/달러 환율이 105엔 안팎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9~110엔대에 도달하면 펀드환매를 고려해보라"고 권했다.
◆오롯이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상품
엔저현상이 지속되자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래에셋증권은 엔화 약세에 투자하는 만기 1년의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DLS)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만기에 미국달러 대비 일본엔화가 0~15% 이하 약세를 보이면 이에 비례해 최대 연 13.5%의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만약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금을 지급한다.
신한금융투자증권도 지난해 5월 '위안화 강세와 엔화 약세'에 투자하는 만기 1년짜리 DLS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 8일 같은 상품을 다시 내놓았다. 이 상품은 원금보장형으로 만기 시 달러대비 위안화가 강세이고 엔화가 약세일 경우 최대 10% 수익을 지급한다.
임담 신한금융투자증권 DLS팀 담당자는 "백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해본 결과 2011년 6월27일부터 2013년 3월17일까지 해당상품을 매일 발행했다고 했을 때 수익상환 비중은 95.2%로 나왔으며 원금상환은 4.8%였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금은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익상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임 담당자의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엔화약세 배팅 랩'을 운용 중이다. 이 상품은 종합자산관리 방식으로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으로, 2012년 6월 처음 출시됐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엔화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엔/달러 환율 상승률의 2배만큼 수익을 추구한다.
현재 '엔화약세 배팅 랩 1호'는 판매가 마감됐으며, 2호가 판매되고 있다. 2012년 11월 출시된 '엔화약세 배팅 랩 2호'의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41%이며, 8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은 27%다.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필요한 환전과 해외시장 매매 등의 복잡한 절차 없이 엔·달러 환율에 직접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는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는 "이 상품은 엔화약세에 2배로 베팅하는 구조"라며 "엔/달러 환율이 80엔일 때 가입을 했다면 현재 105엔 수준이니까 35%의 2배인 70%가 수익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규로 투자하기에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그동안 엔화 약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주로 투자해왔으나 현재는 엔화 약세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 신규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엔화를 보유 중인 투자자 중 환헤지가 필요한 투자자에게는 투자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