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수년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후원사로 참여하며 잊지 못할 이벤트를 계획했다. 사전에 열성 축구팬들을 몰래 선정한 후 그들의 부인, 여자친구, 직장 상사를 동원해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 반강제로 클래식콘서트를 보러 가게 한 것.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무대화면이 실시간 축구경기로 바뀌었다. 이 마케팅으로 하이네켄이 얻은 것은 단순한 광고효과 이상이었다. '하이네켄=축구'란 새로운 공식을 써 내려간 것이다.


기업이 스포츠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포츠마케팅 담당자를 만나 기업이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편집자주】


현대기아차 유로2012 성공 후원
현대기아차 유로2012 성공 후원


현대기아차에서 스포츠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대환 해외프로모션팀 대리는 못말리는 축구광이다. 그는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좋아하는 선수를 직접 만나고, 그들의 플레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더없이 즐겁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포츠마케팅 업무를 맡은 이후 경기를 보는 눈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터. 경기장에 도착하면 어떤 후원사가 어떤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보게 된다. 경기 시작 전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펼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또 기업의 브랜드 역시 눈여겨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축구를 예로 들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먼저 A보드(경기장 입간판), 자이언트 스크린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브랜드 또는 광고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주목도가 높게 A보드에 잘 보이는지를 보는 거죠. A보드 브랜딩이 우리 회사 브랜드로 바뀐 순간 골이 들어가면 그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현대기아차는 전세계 자동차업체 중 유일한 월드컵 공식스폰서다. 올해 열릴 브라질월드컵은 물론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후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올해는 월드컵후원사로서 어떤 이벤트가 마련돼 있을까.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2012 때의 감동을 다시 재현할 수 있도록 현대기아차의 대표적인 축구응원 이벤트인 '현대 팬파크'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본선 진출국에서 운영될 현대 팬파크는 많은 사람들과 한마음으로 자국의 승리를 기원하고 함께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며 축구팬들에게 잊지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또한 나라별로 축구팬들을 위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마케팅을 할 계획입니다."

축구 마케팅을 펼치면서 잊지 못할 순간도 많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당시 현대기아차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축구공 100만개를 나눠주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김 대리는 남아공의 한 초등학교에 방문해 직접 어린이들에게 축구공을 전달했다.

"남아공에 거주하는 한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학교를 찾아 한차 가득 실은 축구공을 나눠줬는데요. 한참을 헤매다 드디어 도착한 학교에서는 동네 잔치라도 열린 듯이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환호하는 아이들과 축구공을 받고 곧장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벅찬 감동을 느꼈어요. 제가 한 일이 단순한 마케팅 행사를 넘어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는 생각에 뿌듯했죠."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