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 이마트 부사장(고객서비스본부장)이 영업총괄부문의 조종간을 잡는다.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통하는 이 부사장이 공식 취임 후 어떤 재량을 보여줄지 관심이 뜨겁다.

이마트는 지난 2월7일 이 부사장을 영업총괄부문 대표이사로 내정하며 김해성 경영총괄부문 대표이사 사장과의 새로운 쌍두마차 체제 전환을 알렸다. 기존에 영업총괄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허인철 사장이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이 부사장이 후임으로 발탁된 것. 그는 오는 3월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을 거친 뒤 영업총괄부문을 이끌게 된다.

◆회사 내 대표 영업 전문가

허인철 전 영업총괄부문 대표이사의 공백을 대신하는 이 부사장의 역량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사장은 1982년 입사해 이마트 서부산점장과 마케팅담당, 가전레포츠담당을 거쳐 2009년부터 고객서비스본부장을 맡았을 정도로 경력의 대부분이 영업과 마케팅분야다. 그가 영업· 마케팅 전문가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업총괄부문 대표이사직이 그에게 잘 어울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마트는 한때 외부 인사 영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트는 내부에서 제대로 영업체제를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찾았고 이 부사장이 가장 적격이었다는 후문이다. 회사 내에서는 이 부사장을 두고 “될 만한 인물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현재 이마트 영업과 관련된 3명의 부사장 중에서 가장 선임이자 대표적인 영업·마케팅전문가”라며 “현장전문가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고객의 의중을 섬세하게 헤아리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경영인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고객에게 듣는 현장 이야기

이 부사장을 항상 따라다니는 ‘현장전문가’라는 수식어도 그의 역량 발휘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고객서비스본부장을 담당한 경험은 이마트의 고객 확보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 부사장은 책상 앞에만 앉아서는 아무 대책도 세울 수 없다는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지속되는 불황으로 인한 영업 제한에 고객이 떨어져나가자 현장으로 발을 돌려 대책을 모색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고객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이라며 현장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늘 앞장선다. 

또 이 부사장은 고객서비스 극대화를 위한 매장직원들의 근무 환경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사원이 근무하면서 매장만큼 많이 머무는 곳이 바로 후방시설과 휴게실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휴게실에서도 집처럼 편히 쉴 수 있도록 온돌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 같은 재량을 보여준 이 부사장의 수완을 통해 이마트는 앞으로 상품력 강화와 LCO(Low Cost Operation)를 바탕으로 점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업총괄부문 집중 공략

다만 이 부사장은 경영총괄부문과 분리된 영업총괄부문 대표이사를 맡게 되는 만큼 이마트에서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2년 12월 이마트 대표이사로 취임한 허 전 사장은 지난해 11월 김해성 신세계 경영전략실장이 경영총괄부문을 담당하면서 영업총괄부문으로 권한이 축소됐다. 일각에서는 허 전 사장이 회사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난 1월28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 부사장도 영업총괄부문을 넘어서는 권한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허 전 사장의 사퇴 사유를 놓고 다른 추측도 난무한다. 허 전 사장은 2012년 12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신세계그룹이 ‘골목상권 침해’, ‘노조불법사찰’ 등 숱한 의혹에 휘말릴 때마다 그룹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허 전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공세에 ‘모르쇠’로 일관했고 결국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을 불러내도록 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정치권의 집중질타를 받고 골목상권과 상생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점을 비춰 봤을 때 허 전 사장이 정 부회장과의 불화로 인해 사퇴를 결정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추측대로라면 이 부사장의 권한은 점차 확대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허 전 사장은 앞으로 2개월가량 임기가 남았음에도 서둘러 자진 사퇴했다”며 “일각에서는 아직도 권한 축소와 정용진 부회장과의 불화설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허 전 사장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사퇴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측은 대표이사가 2인 체제로 분리됐고 이 부사장이 영업총괄부문만을 맡기 때문에 오히려 한 분야를 집중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쌍두마차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선 이 부사장의 권한을 다루는 내용을 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 부사장을 영업총괄부문 대표이사 자리에 올려놓음으로써 업계 1위 자리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통하는 이 부사장이 공식 취임 후 어떤 재량을 보여줄지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허 전 대표이사의 후임으로 발탁된 만큼 그가 전임 대표가 못다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높다.



☞ 프로필
▲1957년 2월 울산 출생 ▲1980년 2월 경희대 섬유공학과 졸업 ▲1982년 7월 신세계 판매과 입사 ▲1989년 9월 신세계 미아점 판촉팀 과장 ▲1996년 1월 신세계 백화점부문 MD사업부 MSV 부장 ▲1999년 11월 신세계 이마트부문 서부산점 점장 ▲2004년 2월 신세계 이마트부문 판매본부 판매1담당 상무보 ▲2005년 12월 신세계 이마트부문 상품본부 마케팅담당 상무 ▲2008년 12월 신세계 이마트부문 가전레포츠담당 상무 ▲2009년 12월 신세계 이마트부문 판매본부장 부사장보 ▲2011년 5월 이마트 고객서비스본부장 부사장보 ▲2012년 12월 이마트 고객서비스본부장 부사장 ▲2014년 2월 이마트 영업총괄부문 대표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