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셜록홈즈를 처음 만난 건 까마득한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세계문학전집을 통해서였다. 원작을 어린이용으로 편집한 책이었는데 어린 눈에 비친 셜록홈즈는 모르는 것이 없고 또 못하는 것도 없는, 그야말로 천재 탐정이었다. 그 천재 탐정을 어른이 된 지금의 눈으로 다시 보면 인간미가 부족하고 뭐든 아는 척하며 자기자랑 하길 좋아하는 이른바 밥맛 없는 캐릭터지만 1887년 세상에 나온 이래 12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걸 보면 셜록홈즈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매력 때문에 셜록홈즈와 관련된 학회, 동호회, 인터넷 커뮤니티가 전세계적으로 천여 개가 넘고 그동안 셜록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무려 211편이나 만들어졌다. 가상의 인물이 가장 많이 영화화 된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셜록홈즈의 고향 영국에서도 많은 TV드라마가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백미는 원작의 신경질적이고 오만하며 엉뚱하지만 날카로운 홈즈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레미 브랫 주연의 <셜록홈즈>(그라나다 TV판) 시리즈다. 1984년부터 1995년까지 10년 가까이 방영된 이 시리즈를 몇해 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소설 속 셜록홈즈가 살아있다면 정말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할 정도로 목소리, 성격, 행동, 습관 등 원작에 100% 충실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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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TV,제레미 브랫 주연의 <셜록홈즈> |
그리고 최근 몇년 사이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셜록홈즈 드라마와 영화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번 셜록홈즈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시작은 2009년 가이리치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드로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셜록홈즈는 차갑고 오만한 이미지를 벗고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치가 돋보이는, 거기다 강력한 액션까지 소화하는 매력적인 탐정으로 나타났고 흥행에도 성공해 2011년 2편까지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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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홈즈> |
그런가하면 2010년 영국 BBC에서는 <셜록>이란 제목으로 역사상 가장 새롭고 현대적인 셜록홈즈를 탄생시켰다. 차갑고 오만하고 시크한 매력은 원작과 똑같지만 파이프 담배 대신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지팡이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마차 대신 택시를 애용하는 셜록홈즈의 모습은 마치 그가 실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원작의 에피소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세계 팬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드라마는 올해 초 시즌3를 마쳤으며 시즌4 제작 소식을 알려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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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C,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셜록> |
이렇게 고전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원작 자체도 훌륭해야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진정성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갈 수 있는 융통성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외국에는 1887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셜록홈즈 만큼이나 오래된 기업들이 많이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약 8000개의 기업들 중에는 셜록홈즈보다 100년이나 더 오래된 기업들도 있는데 대부분 두부류로 구분된다.
첫번째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지만 기본적인 사업의 뿌리는 유지하는 경우로 음식료 업체나 금융사들을 들 수 있다. 미국 상장사 중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유명한 로릴라드 담배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흡연자들에게는 Newport, Kent, True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회사는 미국이 독립하기도 전인 1760년에 설립됐는데 처음에는 시가로 시작해서 씹는 담배 등을 개발하며 생명력을 이어왔다. 그리고 각종 담배규제 법안과 건강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배업계에서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다. 뱅크 오브 뉴욕과 시그나 보험도 모두 1800년 이전에 출범해 아직까지 업력을 이어가고 있다.
두번째로 뿌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사업분야가 많이 현대화된, 즉 시대에 발맞추며 성장한 기업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1802년 창업 이래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화학업체로 평가 받는 듀폰이다. 프랑스 혁명시기에 입헌군주제를 지지했다가 미국으로 도피성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듀폰가의 어린 소년 엘 테일이 화학공장 듀폰을 설립한 것은 1802년이었다. 듀폰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안전대책으로 미국정부의 절대적인 신뢰를 쌓은 이후 20세기엔 다이나마이트나 무연화학 등으로 사업분야를 넓혔다. 특히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화약·폭탄 외에도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고 GM의 초기 투자자로서 자동차사업에도 적극 진출하면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농약사업을 통한 전인류의 기근해결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셜록홈즈 시리즈가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100년 200년 된 기업들이 아직도 건재하게 사업을 이어나가고 확장하며 때로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걸 보면서 무엇이든 시대에 발맞춰 변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이런 기업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트리플 플러스 대표 이승원의 주식 매매기법
장수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
- 한세실업·영원무역·휠라코리아
우리나라에도 100년 이상 된 기업들이 있다. 1896년 개점한 '박승직상점'을 모태로 한 두산은 1952년 OB맥주를 설립하며 상호를 두산산업으로 개명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의 두산은 초창기 사업은 모두 매각하며 플랜트·건설기자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본업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국내 상장기업 1호이자 부채표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일업백년(一業百年)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세는 그렇게 크게 확장되지 못했다.
기업으로 접근하기보단 업종으로 접근해본다면 의류방직업을 장수업종으로 꼽을 수 있다. 1964년 1억 달러로 시작한 우리나라 수출은 1970년 내복과 와이셔츠 수출에 힘입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5596억 달러에 이르렀다. 수출이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의류방직업체의 힘이 컸는데 70년대 내복과 와이셔츠를 팔던 이 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대표 브랜드의 의류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한세실업은 GAP, Old Navy, H&M, UNIQLO, Benetton, Underarmour의 제품을 전세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영원무역은 NorthFace Smartwool, Timberland, Engelbertstrauss 등의 아웃도어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휠라코리아는 OEM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큐네시트를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대표 브랜드가 없는 OEM 업체들이라 별볼일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러 개의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망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1970년대에 시작해 이제 겨우 40여 년이 지난 의류방직업. 그러나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기대한다면 미래 장수기업으로 국내 의류업종에 속해있는 한세실업, 영원무역, 휠라코리아 같은 기업들을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수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
- 한세실업·영원무역·휠라코리아
우리나라에도 100년 이상 된 기업들이 있다. 1896년 개점한 '박승직상점'을 모태로 한 두산은 1952년 OB맥주를 설립하며 상호를 두산산업으로 개명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의 두산은 초창기 사업은 모두 매각하며 플랜트·건설기자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본업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국내 상장기업 1호이자 부채표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일업백년(一業百年)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세는 그렇게 크게 확장되지 못했다.
기업으로 접근하기보단 업종으로 접근해본다면 의류방직업을 장수업종으로 꼽을 수 있다. 1964년 1억 달러로 시작한 우리나라 수출은 1970년 내복과 와이셔츠 수출에 힘입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5596억 달러에 이르렀다. 수출이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의류방직업체의 힘이 컸는데 70년대 내복과 와이셔츠를 팔던 이 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대표 브랜드의 의류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한세실업은 GAP, Old Navy, H&M, UNIQLO, Benetton, Underarmour의 제품을 전세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영원무역은 NorthFace Smartwool, Timberland, Engelbertstrauss 등의 아웃도어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휠라코리아는 OEM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큐네시트를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대표 브랜드가 없는 OEM 업체들이라 별볼일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러 개의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망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1970년대에 시작해 이제 겨우 40여 년이 지난 의류방직업. 그러나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기대한다면 미래 장수기업으로 국내 의류업종에 속해있는 한세실업, 영원무역, 휠라코리아 같은 기업들을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동영상으로 보는 [이항영의 빅머니] '셜록홈즈' 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