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완용 기자
▲ 차완용 기자
'참 안타깝다.' 최근 매교역 인근을 취재하면서 가슴에 차곡차곡 쌓인 심경이다.

우리나라의 법이, 한국철도시설공단 규정이, 매교역 할머니와 식당부부의 사연이 모두 안타까웠다. 내내 외면하던 사건이 국민적 이슈로 불거지자 서둘러 땜질식 처리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참담한 심정을 가누기 힘겨웠다.

올 초 ‘매교역 할머니’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몇년 동안 처리되지 않던 보상 문제가 불과 두달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현실과 취재과정에서 알게 된 매교역 지역주민들이 아직까지 겪고 있는 고통의 현실이 이곳엔 공존하고 있었다.

식당부부가 빚을 져가면서 차려준 매교역 공사장 밥값은 단돈 1원도 처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매교역 할머니에게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철도시설공단.

철도공단 측은 밀린 식대를 왜 결제하지 않느냐고 묻자 "매교역 할머니 보상에 돈을 다 써 방법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공단 자체예산을 편성해 우선변제를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문에도 "규정 때문에 어렵다"며 외면했다.

식당부부는 지금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빚 독촉에 시달리며 이자는 쌓여가고 직원들 월급조차 밀려있는 상태다. 지난 1월 식대를 지급했어야 하는 건설사와 철도시설공단이 자신들의 잘못을 이들 식당부부에게 전가시켜 참담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단은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뇌일 뿐이다.

이들 부부는 30평 남짓한 허름한 건물에, 번화가도 아닌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끼 5000원을 받아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세금, 각종 공과금 등을 제하고 이들 식당부부가 손에 쥐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과연 이들에게 1억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들 부부가 받고 있는 고통은 얼마나 될까. “제발 좀 살게 도와달라”고 외치는 이들 부부에게 법·규정과 현실은 가혹할 뿐이다.

어느 조직이건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은 그만큼 책임감과 영향력이 커진다. 정부기관은 더욱 그렇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그들이 가진 힘을 잘못 휘두르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된다.

매교역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없었다. 식당부부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철도시설공단이 이제라도 책임있는 자세로 대처에 나서길 주문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