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에 가나 구수한 국물의 순댓국밥집이 있고 좀 더 내려가 부산으로 가면 돼지국밥이 있다. 두 음식 전부 부추를 푸짐하게 넣고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네 친근한 이모나 할매가 있는 국밥집 가서 젓가락으로 밥알 세고 있으면 으레 잔소리부터 듣는다. “느그 정구지 마 팍팍 쎄리 옇고 팍팍 안 묵나!”


부추는 어떤 음식과 어떠한 구성으로 내놔도 잘 어울린다. 기후 적응성이 좋아 한 번 심으면 특정 시기를 가리지 않고 지속해서 수확할 수 있어 굳이 제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까다롭지 않고 둥글둥글한 성격의 만만한 식재료. 그러나 어울림과 효용성에 있어선 절대로 쉽게 봐서는 안 된다.

◇ 돼지고기·쿰쿰한 된장찌개와 찰떡궁합 부추
부추의 활용도에 대해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부추는 외식업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흔한 식재료다. 부추김치나 부추전 등 부추가 메인이 되기도 하지만 김치의 속 재료나 볶음·무침 요리의 부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료 자체에 고소한 풍미가 도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두부, 버섯과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들기름에 훌훌 볶기만 해도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오죽했으면 예부터 부추를 오덕五德이 있는 식품이라고 했을까. 날로 먹어도 좋고 데쳐도 좋으며 절이거나 오래 둬도 변하지 않는다는 뜻에서다.


영양학적으로는 돼지고기와의 궁합이 가장 좋다. 돼지고기는 비타민 B1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비타민B1은 황화아릴과 함께 섭취하면 당질의 에너지를 촉진해 두뇌 회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황화아릴 성분은 부추가 가장 많이 지니고 있다. 삼겹살이나 돼지국밥, 순댓국밥, 족발, 보쌈집에서 부추김치를 곁들여내는 이유다.


한의학적 관점으로 보면 돼지고기는 찬 성질을 지녔고 부추는 따뜻한 성질의 열성 식품이다. 반대 성질의 돼지고기와 부추를 함께 섭취했을 때 중화 작용이 일어나 영양학적으로는 궁합이 잘 맞는다. 된장 전문점에서도 부추를 필히 활용해야 한다.

 

된장은 비타민A·C가 부족한데 이를 부추가 보충해주고 부추의 칼륨은 된장의 나트륨을 배출한다. 서울 양평동 소고기 전문점 <또순이네>나 서울 목동 족발집 <오목집>은 된장찌개에 고명으로 부추를 푸짐하게 올려 제공한다. 시각적으로도 확실한 임팩트가 있지만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셈이다.


부추 자체의 맛은 시고 살짝 알싸하면서 끝 맛은 떫다. 그래서 기름지고 느끼한 재료와 함께 조리했을 때 ‘시원하고 아삭한 매력’이 배가되는 것이다. 부추김치를 담을 때 부추 잎은 길이가 짧고 연한 것이 좋다. 세면 질기고 맛이 없다. 소금에 오래 절이면 질겨질 수 있으므로 소금 대신 젓국을 사용하는 것도 필수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