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서도 거부한 GMO 라면
최근 터키로 수출한 삼양식품 일부 라면이 GMO 판정을 받고 13톤에 달하는 제품이 전량 폐기된 사실이 드러났다. 우지사태 이후 깨끗한 먹거리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던 삼양라면의 명성에 흠집이 생긴 것.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수출업체 아토넬이 터키에 수출한 삼양식품 라면제품의 ‘GMO 성분조사’를 공인시험기관인 한국에스지에스에 의뢰한 결과 대두에서 GMO 성분이 일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GMO 판정을 받은 대두는 미국의 GMO 생산업체인 몬산토사가 개발한 ‘라운드업 레디 콩’(RRS)으로 알려졌다. RRS는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대표적인 GMO 작물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삼양식품은 “자사제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다소 황당한 입장을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터키의 GMO 기준이 워낙 까다롭고 이를 차치하더라도 OEM 형식으로 수출업체에 납품한 제품이기 때문에 자사제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내수용제품과는 무관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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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확인을 요청하자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료에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수출업자가 원해서 납품한 것일 뿐, 폐기된 것은 자사의 책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터키로 수출된 라면에서 GMO가 검출될 것을 삼양식품 측이 알고 있었지만 수출업자가 이를 강행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터키는 국내 GMO 기준인 3%보다 강력한 0.01% 검출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삼양식품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보상 부분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수출업체인 아토넬과 폐기 제품에 대한 피해보상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토넬 측에 따르면 폐기된 제품 비용, 운송비 등 보상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은 현재까진 진행된 바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여파가 간신히 오른 매출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신제품인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지난해 10월 이후 매출이 간신히 오른 상황이었기 때문.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2011년 148억원에서 2012년 76억원으로 반토막 나더니 지난해 그나마 102억원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010년 101억원, 2011년 96억원, 2012년 52억원, 2013년 33억7000만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실적에서 드러나듯 시장점유율 또한 라면업계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의 지난해 3분기 라면시장 자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12.8% 점유율로 13.3%를 기록한 오뚜기에 여전히 밀리고 있다. 나가사키짬뽕의 인기가 시들해 지기 시작한 2012년 12월 오뚜기에 라면시장 2위 자리를 내준 뒤 1년 넘게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야심차게 진행한 외식사업의 성적도 신통찮다. 삼양식품은 2010년부터 외식업체인 호면당과 제주우유를 인수하고 시리얼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호면당에서 프리미엄급으로 출시한 호면당라면은 시장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오렌지-고’(Orange-go)라는 브랜드명으로 출시한 시리얼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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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오너인 전인장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 회장이 취임한 2010년 이후 영업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양식품 내부에서는 전 회장이 주력사업인 라면 제조업보다는 레저나 신사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여기에 지난 1월 공정위에 계열사 부당지원이 적발되면서 드러난 오너가의 도덕성 논란도 삼양식품에 악재로 작용한다. 공정위는 삼양식품이 최근 5년간 이마트에 라면을 남품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라면수프 제조사인 내츄럴삼양을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겼다며 과징금 26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문제는 부당이익을 챙긴 업체인 내츄럴삼양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한 회사란 점이다. 내츄럴삼양은 전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전 삼양식품 사장과 전 회장이 63.2%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 회장의 아들인 전병우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인 비글스가 내츄럴삼양 지분 26.9%를 소유하고 있다.
결국 삼양식품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을 오너일가의 회사에 몰아 준 셈이다. 오너일가의 도덕적해이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 회장의 아들 회사인 비글스는 과거 삼양식품의 주가가 오를 때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사고팔아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창업주인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애국심 하나로 오직 라면 생산에만 전념했다’는 일화는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전 명예회장의 전언처럼 삼양식품이 원조 라면으로 명성을 되찾고,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 GMO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란 유전자 변형 농산물로서 일반적으로 생산량 증대 또는 유통·가공상 편의를 위해 유전공학기술을 이용, 기존의 육종방법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개발된 농산물을 말한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은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를 취해 다른 생물체에 삽입하고 새로운 품종을 만든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란 유전자 변형 농산물로서 일반적으로 생산량 증대 또는 유통·가공상 편의를 위해 유전공학기술을 이용, 기존의 육종방법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개발된 농산물을 말한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은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를 취해 다른 생물체에 삽입하고 새로운 품종을 만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