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에서 후식으로 흔히 내는 냉면은 투입하는 노력 대비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낮은 음식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깃집에서 제품 냉면을 납품받아 쓰고 있다. 반면 밀면은 육수와 면을 직접 뽑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접 뽑는 육수’ 키워드를 강화한다면 어설픈 공장제 냉면보다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다.

◇ 손님이 찾아오게 만드는 메뉴, 밀면
밀면은 한국 근대사의 애환이 서려있는 음식이다. 밀면은 한국전쟁 중 탄생한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돼지국밥과 더불어 지역색이 무척 강한 메뉴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스토리텔링 요소는 다른 어떤 한식 메뉴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부산으로 피란 온 실향민들이 이북식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 대신 당시 구호물자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은 것이 밀면의 시초다.

 

부산에서는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간이 세고 향이 강한 음식이 발달했다. 부산식 밀면을 처음 맛 본 타 지역 사람들은 밀면 맛에 놀라곤 한다. 한약재를 써서 향이 강한데다 양념장을 듬뿍 얹어 매우면서도 새콤달콤하기 때문이다. 슴슴한 평양냉면을 최고로 치는 수도권에서는 이 개성 강한 맛을 어떻게 다듬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수도권 밀면집들을 취재한 결과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한 가지는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밀면은 존재만으로도 ‘틈새 아이템’이 될 수 있는 메뉴다.

 

부산에서는 냉면보다 흔한 것이 밀면이지만, 서울에서 밀면을 맛보려면 몇 없는 가게를 검색해 찾아가야 한다.


입지와 상권으로부터 자유로운 메뉴라는 것이다. 입소문이 난 수도권 밀면 전문점의 경우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의 비율이 50%에서 많게는 90%에 이른다.

◇ 상품력 좋은 밀면이 어설픈 냉면보다 낫다
밀면 육수는 돼지 사골로 우려내기 때문에 소 사골을 쓰는 냉면보다 원가가 저렴하다. 평양냉면의 주재료인 메밀가루 역시 제면용 중력분 밀가루보다 3배가량 비싸다. 국산 메밀가루를 사용한다면 그 가격차는 5배에 이른다.


그러나 냉면은 투입하는 재료와 수고에 비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운 음식이다. 고깃집을 찾는 손님들조차 후식으로 제공되는 냉면에 큰 기대를 두지 않는다. 오죽하면 수준 낮은 냉면을 일컬어 ‘고깃집 냉면 맛’이라는 표현을 쓰겠는가.


그 말은 곧 ‘고가의 전문점 냉면’과 ‘저렴한 공산품 냉면’의 경계가 뚜렷하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고깃집들이 수준 높은 냉면을 구현하는 것을 포기하고 공장제 냉면을 납품받아 쓴다.

 

반대로 시간을 들여 하이엔드급 냉면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고깃집은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후식 메뉴를 제대로 정비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춘 경우다.


밀면은 ‘피란 음식’ 또는 편하게 먹는 ‘시장통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다. 조금만 맛을 다듬어내도 고깃집 후식으로는 기대 이상의 만족도를 얻기 유리하다. 특히 ‘직접 뽑는 육수’ 키워드를 강화한다면 어설픈 공장제 냉면보다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다.

 

아직까지 고깃집에서 밀면으로 선육후면 키워드를 선점한 곳이 없다는것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고깃집 후식은 냉면’이라는 정형화된 메뉴 대신 밀면을 제공한다면 향토색 강한 이색 음식으로서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